29명 생명을 앗아간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 참변 당시 건물 내 화물용 엘리베이터와 계단이 불길과 유독가스의 통로가 된 것으로 밝혀졌다. 소방은 신고 7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지만, 불법주차 차량이 길을 가로막아 신속한 구조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상민 제천소방서장은 22일 오전 6시 소방본부 브리핑에서 “중앙계단과 화물용 승강기 통해 연기와 불길이 급속도로 확산돼 피해가 컸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6시 집계에 따르면 사망자는 29명으로, 이 중 휘트니스센터 계단에서 발견된 남성 한 명 신원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사망자 중 대부분인 20명은 2층 여성 사우나 안 휴게실과 탈의실에 있다가 질식사한 채로 발견됐다. 이 서장은 “1층 주차장에서 시작돼 차량 15대를 태운 불길이 계단을 타고 빠르게 확산되면서 입구를 막아 탈출이 힘들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목재와 타일로 이루어져 연소되기 쉬웠던 화물용 엘리베이터가 피해를 키웠다. 건물 구조상 화물용 엘리베이터가 화장실과 붙어 있는 2, 4, 5층은 직접적인 피해가 적은 데 비해, 나머지 사망자가 발견된 6~8층의 경우 화물용 엘리베이터가 ‘불쏘시개’ 역할을 하며 내부가 전소됐다.
출동 당시 스포츠센터 주변 불법주차된 차량들에 막혀 소방차의 현장 진입이 늦어진 것도 피해가 컸던 이유 중 하나였다. 21일 오후 3시53분 화재 신고가 접수된 지 7분 만에 소방차가 화재 현장 주변에 도착했으나, 좁은 도로 양 옆 불법주차된 차량 때문에 진입로 8m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서장은 “주민들과 견인차 도움을 받아 차를 밀어내고 난 뒤에야 건물에 접근할 수 있었다”며 “심지어 불타고 있는 건물 바로 옆에 LP가스통이 있어 폭발 위험성을 고려하느라 바로 진입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 소방 인력이 유리를 깨고 2층에 진입한 것은 현장 도착 30분 이상이 지나고 난 뒤였다.
방수 당시 소방서 소유 굴절 소방차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소방 당국은 “차량 위치를 잡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고, 이후 한 명을 구조한 뒤 방수 작업을 시작했다”면서 “추운 날씨에 고압을 이용해 장비에 금이 가기도 했고, 대원들이 현장에 진입한 뒤라 효율성이 없다고 생각해 철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날 현장에서 구조된 5명 중 3명은 민간업체에서 나온 스카이차가 출동해 구조했으며, 나머지 한 명은 소방이 설치한 에어매트에 뛰어내려 목숨을 건졌다.
소방과 경찰당국 등은 오전9시30분 유관기관 합동 화재감식에 들어갔다. 감식을 통해 화재 원인과 발화점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제천=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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