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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경제 르네상스] 수백년 노하우로 만든 '명품 젓갈' 강경의 부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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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경제 르네상스] 수백년 노하우로 만든 '명품 젓갈' 강경의 부활 이끈다

입력
2017.12.22 04:4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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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삭은 젓갈이 소생시킨 조선시대 3대 시장 강경시장

상인들, 젓갈축제로 옛 영화 되살려

매년 관광객 25만명 축제기간 200억 직접경제 효과

읍민 10명 가운데 1명 젓갈과 연관업종 종사

논산시, 근대역사문화와 접목시킨 테마축제 육성

금강에서 바라본 강경포구. 논산시 제공
금강에서 바라본 강경포구. 논산시 제공

충남 논산시 강경읍은 내륙 깊숙이 자리를 잡고 있지만 서해와 맞닿은 금강은 포구를 만들어 조선 후기 평양장과 대구장과 더불어 3대 시장의 명성을 구가했다.

김주영의 소설 ‘객주’의 주 무대가 되기도 했던 강경은 변화하는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1970년대 이전 2만6,000명에 이르던 인구수는 겨우 9,700명의 소읍으로 전락했다.

강경의 쇠락은 호남선 철도가 개통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호남고속도로가 개통되고 금강하구에 토사가 쌓이면서 완전히 주저앉았다. 엎친 데 겹친 격으로 1990년대 금강하구언 공사로 배수 갑문이 금강과 서해의 물줄기를 끊어놓았다.

물길이 끊기자 그나마 몇 척 되지 않던 고기잡이 배 마저 자취를 감춰 포구의 기능을 상실했다. 포구가 사라지자 사람도 모래에 물 빠지듯 사라졌다.

지난 10월 젓갈축제장을 찾은 관광객들이 젓갈을 구매하고 있다. 논산시 제공
지난 10월 젓갈축제장을 찾은 관광객들이 젓갈을 구매하고 있다. 논산시 제공

일제 강점기 시절 번성을 말해주듯 지금도 당시 충청지역 1호 우체국, 호텔, 식산은행 등이 들어 설 정도로 번성하며 전국의 시장물가를 좌지우지했던 상인의 후예들은 자존심이 상했다.

옛 영화를 찾기 위해 나선 주민들은 활로를 젓갈로 정했다.

강경 사람들은 200여 년 전부터 팔다 남은 생선과 조개 등을 보관하기 위한 염장법과 생선 손질 기술이 남달랐다.

이곳 젓갈 집들의 뛰어난 염장법으로 만든 젓갈은 도보 꾼들의 등짐을 통해 전국 팔도로 팔려 나갔다. 100년이 넘도록 전국 젓갈의 집산과 유통의 60% 이상을 점유했던 점을 착안한 주민들은 젓갈에 사활을 걸었다.

포구를 중심으로 소금창고가 즐비했던 염창동 일대 70여 젓갈 판매점들은 똘똘 뭉쳐 십시일반 돈을 모아 1997년 첫 축제를 열었다. 전국에서 제일 좋은 원료만 골라 발효된 감칠맛 나는 젓갈을 자체 브랜드 ‘강경 맛깔젓’을 선보였다.

젓갈 하나로 만든 축제는 첫 회에 관광객 10만명 이상을 불러모을 정도로 대성공이었다.

이듬해부터 참여업소가 늘고 논산시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축제 프로그램이 다양해져 더 많은 관광객을 불러 모았다.

강경젓갈 시장의 대표상품인 새우젓. 논산시 제공
강경젓갈 시장의 대표상품인 새우젓. 논산시 제공

전국의 읍 가운데 가장 면적이 작은 곳 가운데 한곳으로 크기가 손바닥만한 강경읍내에는 축제기간 읍민의 30배에 가까운 관광객으로 몰려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3일 일정의 축제는 5일 일정으로 확대 됐다.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늘자 당시 철도청에서 젓갈열차를 운행하기도 했다.

축제의 성공으로 강경젓갈의 품질과 맛이 전국에 알려지자 문을 닫거나 업종을 변경했던 상인 후예들은 하나 둘씩 젓갈 집을 차렸다. 지금은 판매업소가 무려 140개 업소에 이른다. 어물전 장터에는 한집 건너 젓갈 집이 생긴 셈이다.

김장철을 앞두고 매년 열리는 축제는 짠 음식을 멀리하는 식탁의 변화에 맞춰 상인들은 재래식 젓갈보다 소금이 덜 들어간 ‘저염 젓갈’을 개발해 선보였다.

축제기간을 시점으로 12월 초까지 이어지는 김장철에는 관광객과 이들을 실어 나른 관광버스로 북새통을 이룬다. 젓갈판매점 밀집지역에는 교통경찰을 배치해야 겨우 통행이 가능할 정도다.

지난 10월 18일부터 5일간 ‘정겨운 강경골목! 추억따라! 맛따라!’라는 부제로 열린 올해 축제는 젓갈공원, 젓갈시장, 옥녀봉 등 강경포구와 강경도심지 일원에서 5개 분야 72개 행사로 젓갈의 향연을 펼쳤다.

예전과 다르게 도심형 축제로 열린 축제는 강경 곳곳에 자리한 근대문화유산과 어우러지며 큰 성과를 거두었다.

먹거리와 볼거리, 놀거리와 즐길거리를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한 프로그램으로 산업형 축제의 모습을 만들었다.

일제 강점기시절 지어진 건물이 줄지어 서있는 강경읍 구도심. 논산시 제공
일제 강점기시절 지어진 건물이 줄지어 서있는 강경읍 구도심. 논산시 제공

올해 축제기간 29만888명의 관광객이 찾아왔다. 지난해에는 26만5,306명, 2015년에는 25만2,000명의 관광객이 축제와 젓갈 쇼핑을 즐겼다.

지출규모도 해마다 늘고 있다. 2014년 관광객 한 사람당 젓갈 구매 등으로 지출한 금액이 4만4,460원이었으나 지난해 5만70원으로 늘었다. 올해는 6만9,023원으로 씀씀이가 커졌다.

이에 따라 축제의 직접 경제효과도 2015년 112억392만원에서 2016년 156억7,160만원, 올해는 200억7,700만원으로 집계됐다.

젓갈판매점의 증가는 고용확대로 이어졌다.

젓갈판매점마다 적게는 3명에서 10명의 직원을 고용해 직ㆍ간접으로 젓갈과 관련된 일을 하는 읍민이 1,000여명에 달한다. 제조업 등 산업기반이 약한 강경에서 가장 많은 고용창출을 하면서 인구 10명당 1명이 관련업종에 종사해 젓갈이 강경을 먹여 살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젓갈판매점 증가는 다른 업종에도 활기를 불어 넣고 있다. 식당과 주점, 포장전문업소, 택배, 젓갈용기점 등 다양한 업종이 매출증가로 무료하게 보여지던 읍내는 젓갈 가격흥정과 웃음소리가 넘쳐나고 있다.

지난 10월 열린 젓갈축제장에서 황명선 논산시장과 주민들이 강경젓갈로 김장담그기를 하고 있다. 논산시 제공
지난 10월 열린 젓갈축제장에서 황명선 논산시장과 주민들이 강경젓갈로 김장담그기를 하고 있다. 논산시 제공

곰삭고 짭조름한 맛이 일품인 젓갈이 몰락한 3대 시장을 기사회생 시킨 것이다.

논산시는 젓갈축제의 효과를 더하기 위해 먹거리 프로그램에 문화와 역사를 접목시킨 테마축제를 시도했다.

지난해 김장철 반짝하는 젓갈시장을 연중 관광이 가능한 곳으로 육성하기 위해 매년 금강둔치 젓갈공원에서 열리던 축제를 젓갈공원과 젓갈시장, 옥녀봉 등 강경포구와 강경도심지 일원으로 확대시킨 도심형 축제를 바꾼 것이다.

축제장 확대로 젓갈축제는 읍내 곳곳에 자리한 근대문화유산과 어우러진 먹거리 역사문화 축제로 거듭나는 성과를 거두었다.

특히 강경근대역사문화거리와 젓갈축제의 접목은 단조로운 젓갈 쇼핑을 볼거리와 즐길 거리로 확대시켰다.

강경에는 수많은 근대역사문화의 현장이 그대로 남아 있다.

논산시는 2013년부터 일제 강점기 수탈의 아픈 흔적들을 문화유산과 근대역사문화거리로 재탄생 시키는 강경근대역사문화공간 복원사업을 펼쳐왔다.

1단계 ‘관광인프라기반시설구축사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내년에는 강경근대역사문화공간의 체계적 복원을 위해 1만3,200㎡의 터에 171억원을 투입해 ‘서부내륙권 광역관광개발사업(논산근대역사문화촌사업)’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일제 강점기 시절 지어진 구 한일은행. 지금은 강경의 역사를 한 눈에 읽을 수 있는 강경역사문화박물관으로 변신했다. 논산시 제공
일제 강점기 시절 지어진 구 한일은행. 지금은 강경의 역사를 한 눈에 읽을 수 있는 강경역사문화박물관으로 변신했다. 논산시 제공

논산시는 강경읍내 골목 곳곳에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근대건축물을 문화유산으로 정비해 관광객들이 구매한 젓갈 봉지를 들고 가벼운 마음으로 산책할 수 있는 테마공원을 만든다는 복안이다.

황명선 논산시장은 “지역주민과 관광객이 함께 만든 강경젓갈축제는 전통의 맛과 실속 있는 골목축제라는 본래 취지를 보여준 국민축제로 자리잡았다”며 “전국 최고 강경젓갈의 명성에 걸 맞는 최고 품질의 젓갈, 대한민국 대표는 물론 세계 속으로 도약하는 축제가 될 수 있도록 새로운 도전을 실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논산=이준호 기자 junh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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