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시간에 피해 커진 이유
2015년 의정부 화재 판박이
저렴한 시공비 탓 외벽 소재 사용
필로티로 된 건물 구조도 위험
중앙통로 타고 불길 상층부로
사우나 대피 통로 하나뿐인 데다
유독가스ㆍ증기 뒤섞여 탈출 어려워
충북 제천스포츠센터 화재에서 큰 인명피해가 난 것은 목욕탕과 헬스클럽, 음식점 등이 있는 다중복합시설이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스포츠센터는 아파트단지와 대형마트 인근 제천 신시가지에 있는 최신 건물로, 평소 이용객이 많았으며, 이날도 많은 주민들이 이곳을 찾았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
사망자들은 대부분 2층과 3층에 위치한 목욕탕과 계단 등에서 발견됐다. 소방당국은 불이 나자 옥상이나 비상구 등으로 탈출하다 연기에 질식해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화재로 건물 내부가 순간 정전되거나 짙은 연기가 삽시간에 퍼지면서 한치 앞도 식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대피로를 찾지 못해 피해를 당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건물 2~3층에는 사우나, 4~5층은 헬스장이 들어서 있다. 사우나의 경우 외부로 대피하는 통로가 대게 한 곳밖에 없고, 유독가스가 많이 차는 데다 증기와 섞여 시야를 더 많이 가릴 수밖에 없어 탈출에 어려움이 컸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사우나가 유독가스가 잘 빠져나가지 못하는 통유리 구조인 것도 화를 키운 것으로 보인다. 실제 소방대원들도 유독가스 탓에 건물 2층 진입에 큰 지장을 받았을 정도다.
필로티로 된 건물 구조도 화를 키운 것도 보인다. 필로티는 건축물을 지지하는 기초 말뚝이나 기둥으로, 현재 2층 이상의 건물 전체 또는 일부를 벽면 없이 기둥만으로 떠받치고 지상층을 개방시킨 구조의 건축물이나 공법을 통칭한다. 이날 불은 필로티 구조로 돼 있는 스포츠센터 건물 중앙통로를 타고 삽시간에 상층부로 옮겨가 짧은 시간에 커졌다. 또 전문가들은 필로티 건물은 그 특성 상 불이 나면 빠져 나오기 힘든 구조라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소방대는 필로티 구조의 좁은 건물 입구를 통해 많은 연기와 유독가스가 쏟아져 나와 불길을 잡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당연히 건물 안에 있는 사람이 밖으로 탈출하는 것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건물 외벽 소재도 문제로 꼽힌다. 불이 난 제천스포츠센터 외벽은 불이 나면 빠르게 번지고 유독가스를 내뿜는 드라이비트 소재로 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드라이비트는 2015년 의정부 아파트 대형 화재 당시 피해를 키웠던 소재다. 그런데도 이 소재가 쓰이는 것은 결국 저렴한 시공비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아직 정확한 화재 원인이 나오진 않았지만, 당시 건물에서 공사를 하던 중 불이 났다는 목격자들이 있어 화재 방지 조치를 규정대로 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용접 작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티는 3000℃ 이상의 고온이고, 강한 바람이 불면 15m 이상 튈 수 있다. 이 때문에 산업안전보건 기준에 관한 규칙에서 통풍이나 환기가 잘 안되고 가연물이 있는 건축물 내부에서 용접을 할 때는 불티가 날리지 않도록 방지 덮개와 용접 방화포 등을 사용토록 하고 있다. 또 작업장 내 위험물이 없는지 확인하고, 인화성 물질에 불이 옮겨 붙지 않도록 소화 기구를 비치해야 한다. 안전보건공단의 기술 지침에서도 용접은 인화성 물질이 없는 곳에서 하고, 부득이할 경우 가연성 물질을 미리 제거토록 했다. 화재발생 우려가 있는 장소에서 작업을 할 때는 불이 나면 바로 끄고 비상경보를 울릴 수 있도록 화재 감시인을 배치토록 규정하고 있다.
박재성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1층에서 화재가 발생하자 마자 상층부로 화재가 확대된 것은 결국 외부 마감재가 가연성이었을 가능성이 높다”며 “고층건물에서 최후까지 안전해야 할 장소가 1층인데 이 곳에 화재가 발생하면 화재 초기부터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제천=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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