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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회 한국출판문화상] “아무튼 협업이다”... 만년 불황 출판계에 던진 화두

입력
2017.12.21 19:2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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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출판문화상 편집 부문 수상자인 이정규(왼쪽부터) 코난북스 대표, 이재현 위고 공동대표, 김태형 제철소 소장. 수상작인 '아무튼 시리즈'는 출판사의 협업 모델로 극찬을 받았다. 배우한 기자
한국출판문화상 편집 부문 수상자인 이정규(왼쪽부터) 코난북스 대표, 이재현 위고 공동대표, 김태형 제철소 소장. 수상작인 '아무튼 시리즈'는 출판사의 협업 모델로 극찬을 받았다. 배우한 기자

‘아무튼, 협업이다.’ 1인 출판사 위고, 제철소, 코난북스가 함께 만든 ‘아무튼 시리즈’가 만년 불황인 출판계에 던진 경쾌한 화두다.

아무튼은 120~150쪽짜리 발랄한 에세이 문고다. 글 잘 쓰는 게 유일한 공통점인 다양한 필자가 ‘아무튼 좋아하는 것’을 골라 썼다. 서재, 피트니스, 잡지, 게스트하우스, 쇼핑, 망원동, 계속, 스웨터까지 8권이 나왔다. 10월 처음 묶어 나온 5권이 2달만에 1만권 넘게 팔렸으니, 아무튼 성공적.

협업 방식은 ‘따로 또 같이’다. 함께 한 건 디자인ㆍ기획 회의와 홍보 정도다. 나눠 쓴 홍보비는 400만원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주로 활용한 알뜰한 홍보 덕에 비용을 아꼈다. 저자, 아이템 선정과 책 제작, 유통은 각자 했다. 예컨대 ‘아무튼, 서재’는 제철소 책이고, 판매 수익은 제철소 몫이다. 인쇄 부수가 많지 않아 함께 만들어도 단가가 내려가지 않는다고 한다.

“협업, 별 거 아니네”라고 생각하면 오산. 출판 경력 10~15년씩인 김태형 제철소 소장, 이정규 코난북스 대표, 부부인 이재현ㆍ조소정 위고 공동대표는 “아무튼 내 책 만들겠다”고 용감하게 출판사를 차린 선수들이다. 팔리는 글맛의 기준부터 아무튼 시리즈의 정체성까지, 의견을 좁히는 게 쉽지 않았다. 김 소장의 얘기. “서로 장단점을 잘 알고 믿는 사이라 겨우 여기까지 왔다(조 대표를 제외한 세 명은 푸른숲 출판사 동료였다). 우리가 얼마나 고생했을지, 출판계 사람들은 알고도 남을 것이다. 우리처럼 하겠다고 나설 사람이 과연 있을까(웃음).”

한국출판문화상 편집 부문 수상자인 이정규(왼쪽부터) 코난북스 대표, 이재현 위고 공동대표, 김태형 제철소 소장. 배우한 기자
한국출판문화상 편집 부문 수상자인 이정규(왼쪽부터) 코난북스 대표, 이재현 위고 공동대표, 김태형 제철소 소장. 배우한 기자

협업이 성공한 비결은 ‘느슨함’이었다. 서로 적당히 양보하고 포기하며 선을 지켰다. “아이템을 내면 대놓고 반대하진 않았다. 심드렁한 반응을 보이면 알아서 접었다.”(이재현 대표) 그렇게 만들어진 3색 개성이 아무튼의 장점이 됐다. “반대해서 다행인 아이템도 있다.(웃음) 큰 출판사에서 이런 시리즈를 시도했다면 몇 장짜리 기획안을 쓰고 상사를 설득하는 단계부터 좌절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반대로 혼자 했다면 이렇게 빨리, 많이 내지 못했을 것이다.”(이정규 대표)

출판계는 그런 아무튼을 응원했다. “숫자는 늘었지만 위태로운 1인 출판사가 살아 남으라는 뜻으로 상을 주신 것으로 안다. 협업은 힘들다. 하지만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이재현 대표) “출판사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연대해 협업이 늘어나면 출판사 생태계가 건강해질 것이다.”(이정규 대표)

내년부터는 월간 아무튼이 된다. 한 달 정도 간격으로 한 권씩 낸다. 시리즈의 존재는 알렸으니, 독자들이 책 한 권 한 권을 발견해 주기 바라는 마음에서다. 전자책 발간, 기업과 협업을 비롯한 ‘콘텐츠 아무튼’의 다양한 가능성을 찾고 있다. 저자ㆍ아이템 선정 회의는 계속 할 것이라고 한다. 그렇게, 아무튼은 현재진행형인 실험이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박혜인(중앙대 정치국제학과 4) 인턴기자

아무튼 시리즈. 위고, 제철소, 코난북스 발행
아무튼 시리즈. 위고, 제철소, 코난북스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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