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몬센, 한국볼링선수권 우승
두 손으로 회전력, 힘 더 높여
스트라이크 7개 완벽한 경기
작년 삼호컵 준우승 아쉬움 달래
볼링은 대부분 한 손으로 치지만 종종 두 손으로 치는 프로 선수들을 볼 수 있다. 힘이 없어서가 아니다. 더 많은 힘과 회전력을 높이기 위해 선택한 투구 방법이다. 독특한 동작에 ‘양손 볼러’들은 주변에서 “바보”라고 놀림을 받기도 하지만 그들만의 길을 걸었다. 볼링엔 한 손으로만 던져야 한다는 규칙이 없다.
미국프로볼링의 세대교체를 이끌고 있는 앤서니 시몬센(20ㆍ미국)도 양손 볼러다. 세 살 때부터 부모님의 손을 잡고 볼링장에서 양 손으로 공을 굴리기 시작한 시몬센은 단 한번도 투구 방법을 바꿔본 적이 없다. 처음엔 힘이 모자라 두 손을 사용했지만 성인이 된 후에도 양손 볼러의 길을 걸었다. 그는 “두 손으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데 굳이 바꿀 생각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마침내 첫 국제대회에서 정상에 오르는 기쁨을 맛봤다. 시몬센은 21일 경기 안양 호계볼링장에서 열린 제12회 스톰ㆍ도미노피자컵 SBS 한국볼링선수권대회 결승에서 윤희여(KPBA)를 268-223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올해 한국프로볼링을 결산하는 마지막 대회에서 우승한 시몬센은 상금 3,000만원을 가져갔다.
지난해 삼호컵 결승전에서 채준희(KPBA)에게 패하며 준우승에 머물렀던 시몬센은 이번 결승전에서 7개의 스트라이크를 적중시키는 등 완벽한 경기를 선보이며 윤희여에게 단 한 번의 리드도 허락하지 않았다. 반면 3,4위 결정전부터 가장 좋은 컨디션으로 결승전까지 진출한 윤희여는 결승에서 초반 분위기를 넘겨줬고, 10프레임 스트라이크를 만들어내지 못해 추격에 실패했다.
시몬센은 경기 후 “외국에서 열린 국제대회에서 첫 우승”이라며 “이번 대회를 계기로 많은 대회에서 정상에 오르고 싶다”고 기뻐했다. 이어 “훌륭한 대회에 초청을 해줘 고맙고, 갈비 등 맛있는 한국 음식을 많이 먹었다”며 미소를 지었다.
시몬센은 양손 볼러의 새로운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기존 제이슨 벨몬트(호주)와 오스쿠 팔레르마(핀란드)가 양강 체제를 형성했지만 신예 시몬센이 등장하며 지각 변동을 예고했다. 시몬센은 “모두 다 경쟁자이기 때문에 양손 볼러 롤모델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단지 두 손으로 볼링 공을 던진다는 차이가 있을 뿐, 난 모든 볼러와 똑같다”면서 “각자 투구 스타일이 있기 때문에 크게 의식하지 않고 두 손으로 회전과 힘을 더 붙여 공을 굴린다”고 ‘비법’을 전했다.
안양=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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