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그의 나이 77세다. 평범한 할아버지를 떠올렸다간 큰 코 다친다. 말끔한 수트 차림으로 20~30대 젊은 배우들을 압도하는 카리스마는 그의 나이를 잊게 만든다.
배우 박근형은 JTBC 금토드라마 '언터처블'에서 가상도시 북천시의 최고 권력으로 군림하며 시장까지 역임한 '악의 축' 장범호로 열연 중이다. 냉혈한으로 등장하는 만큼 매서운 눈빛과 날카로운 말투가 인상적이다. 그는 극 초반 죽음으로 아쉬운 퇴장을 맞았으나 최근 8회에서 재등장해 비밀스런 인물로 조명 받고 있다. '언터처블'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시청률 3%대로 선전 중이다.
중요 캐릭터로 카메라 앞에 선 박근형은 20일 서울 논현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언터처블' 기자간담회에도 참석해 젊은 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지난달 진행된 제작발표회 때는 진구 김성균 고준희 정은지만 참석했다.
박근형은 액션 스릴러 장르인 '언터처블'의 출연을 두고 고민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이번 드라마의 1회와 2회 대본을 받고 깜짝 놀랐다"며 "가상의 도시에, 가상 인물들이 펼치는 드라마였고, 후반에 가서 대반전을 가져온다는 걸 전제로 어떻게 참여해야 후반부에 도움이 될지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그는 "제가 상당히 어깨가 무거웠다"며 "저로 인해 (시청자가) 드라마를 안 볼 수도 있을까 싶어 우려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박근형의 우려는 기우였다. 그가 8회에서 전직 대통령이자 고교 동창인 구용찬(최종원)을 위협하기 위해 깜짝 재등장하는 모습은 압도적이었다. 죽은 줄만 알았던 장범호의 눈빛은 시청자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지금까지 했던 역할들과는 다른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나이는 먹었지만 패셔너블한 면도 보여주면서, 음모도 음모답게 의구심을 주도록 일부러 가장하는 면도 많죠."
박근형은 '언터처블'에서 두 아들인 준서(진구)와 기서(김성균)를 두고 후계자를 결정하기 위해 경쟁심을 부추기는 잔인한 아버지다. 작은 아들 준서에겐 "여자친구가 있느냐"며 다정다감하게 이야기를 하고, 큰 아들에겐 정반대로 "계단에서 조심하라"며 행동거지에 주의를 주기 일쑤다. 두 아들을 다르게 대하는 태도부터가 이야기를 풀어가는 주요 요소다.
박근형은 진구 김성균 등 까마득한 후배들과의 ‘찰떡궁합’ 호흡도 공개했다. 그는 "후배들이 역할을 어떻게 표현할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처음부터 느꼈다. 이 드라마에 대한 것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왔더라"고 뿌듯해했다.
"'언터처블'은 일일극이나 주말극에서 하던 연기가 아니라 SBS드라마 '추적자'(2012)를 할 때처럼 연극적인 표현을 많이 했습니다. 무너지지 않고 드라마를 쭉 끌고 올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장범호라는 인물은 회를 거듭할수록 상당히 충격적인 인물로 그려질 겁니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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