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세법 개정안 내년부터 시행
일반 납세자와 형평성 맞추고
터무니 없는 지급 방지효과 기대
종교단체가 과세ㆍ비과세 범위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
과세 항목 줄이는 편법 쓸 수도
내년부터 종교인에게 주어지는 종교활동비는 지급 내역을 과세당국에 신고해야 한다. 정부가 포교, 봉사활동 등 용도로 쓰이는 종교활동비를 비과세 대상으로 분류했지만, 일반 납세자와의 형평 차원에서 신고 의무를 부여한 것이다. 과세당국으로선 종교활동비가 얼마나 지급되는지 파악할 수 있어 과세 실효성이 높아질 걸로 기대하지만, 종교단체가 종교활동비의 범위를 자율로 결정할 수 있는 만큼 실제론 과세 대상 항목을 줄여 지급하는 식의 편법이 횡행할 거란 지적도 여전하다.
기획재정부는 21일 종교인과세와 관련한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종교단체는 연 1회 지급명세서(급여, 수당 지급 내역을 기재한 서류)를 관할 세무서에 제출할 때 비과세 항목인 종교활동비 지급 내역도 함께 기재해야 한다. 개정안은 차관회의(22일) 국무회의(26일)를 거쳐 연내 공포돼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종교활동비를 비과세 항목으로 유지하는 대신, 신고 의무를 부여해 허투루 쓰일 여지를 줄여보겠다는 취지다. 현행 소득세법 시행령에 따르면 실비를 변상해 주는 성격의 숙직료(20만원), 연구보조비(20만원) 또는 식대(10만원) 등은 비과세 항목이지만 한도가 정해져 있는 반면, 종교활동비는 비과세 한도가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하지만 지급 액수가 노출될 경우 터무니 없는 지급은 어려울 것이라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정부가 종교활동비 한도를 일괄적으로 정할 순 없지만 신고 의무를 부여하는 것만으로도 간접적인 한도 설정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전히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종교단체가 과세ㆍ비과세 소득의 범위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앞서 지난달 말 발표한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에서 종교활동비의 범위를 종교단체의 규약 또는 의결기구 승인을 거쳐 자율 결정하도록 했다. 가령 교회 공동의회에서 목사의 월급(과세 대상)을 50만원만 책정하고, 도서ㆍ통신비, 사택 월세 등은 모두 종교활동비(비과세)로 책정해 총 450만원을 지급ㆍ신고해도 현행법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강석훈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교회재정성투명위원회 소속 목사는 “과세ㆍ비과세 기준을 종교단체 자율로 맡겨놓는 이상, 특혜 논란은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무조사 관련 특혜 논란도 여전하다. 기재부는 ‘종교인’ 회계와 ‘종교단체’ 회계를 구분해 종교단체는 세무조사를 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극단적으로 종교단체가 ‘종교단체 회계’로 잡히는 법인카드를 통해 종교활동비를 지급할 경우 거짓 신고를 해도 내역 확인이 불가능한 셈이다.
이런 논란에 대해 최영록 기재부 세제실장은 “종교단체도 나름의 의사결정 기구와 신도와의 관계가 있기 때문에 스스로 결정한 종교활동비는 비과세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보수 기독교계인 한국교회 공동 태스크포스(TF) 소속 박요셉 목사는 “종교활동비 내역을 신고한다는 것 자체가 세무조사, 과세의 길을 열어둔 것”이라며 “종교인의 순수 소득에만 과세하겠다는 제도 취지가 무색해졌다”고 반발했다. 대한불교조계종도 입장문을 통해 “수행정진만 추구하는 스님들에게 지원되는 비용을 ‘종교활동비’ 명목으로 분류해 신고하라는 내용은 폐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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