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1조5000억달러 감세
행정부 “역사적 규모 자화자찬”
재정적자 10년간 1조달러 육박
언론들 “사회안전망 파괴”
트럼프와 측근들은 큰 혜택볼 듯
향후 10년간 1조5,000억달러(약 1,623조원) 감세를 골자로 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대규모 세제개혁안(감세법안)이 20일(현지시간) 미 의회의 최종 관문을 통과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역사적인 일”이라며 승리에 심취한 가운데, 재정 적자 확대 등 부작용이 클 것이란 경고가 쏟아지고 있다. 감세법안이 단순히 저소득층에 더 높은 세금 부담을 지게 하는 것을 넘어, 필요한 곳에 쓰여야 할 정부 지출을 삭감시키는 역풍을 불러올 것이란 지적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칼럼에서 감세법안을 ‘트로이의 목마’로 비유하며 복지정책 후퇴 등 내재된 문제들을 조목조목 짚었다.
미 하원은 이날 재표결에서 법인세율을 기존 35%에서 21%로, 개인소득세 최고세율을 39.6%에서 37%로 인하하는 내용의 감세법안을 224 대 201로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크리스마스 선물’이 될 것이라 주장해 온 감세법안은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내년 1월 발효된다. 미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1월 3일 서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감세법안이 새벽과 낮에 각각 상ㆍ하원을 통과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로즈가든에 공화당 인사 등 100여명을 불러들여 성대한 자축 행사를 열어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감세안”이라고 자화자찬했다. TV로도 중계된 이날 행사에서 한껏 고무된 표정의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고 있다”라며 “미국 경제에 로켓연료를 넣었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신회사인 AT&T가 직원 20만명에게 1,000달러의 보너스를 지급하기로 한 결정을 언급하며 “우리가 한 일 때문”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역대 최대폭으로 법인세율을 인하해 기업 투자를 늘리고 일자리를 확대할 수 있게 됐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큰 소리를 무색하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작지 않다. 세금이 줄어 정부 수입이 감소하면 재정적자가 늘고 각종 복지 정책들이 축소될 것이 불 보듯 뻔해서다. 당장 이 법안에는 오바마케어의 근간인 전 국민 의무가입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도 담겨있다. 미 의회예산국과 조세합동위원회가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감세안 통과로 2018년엔 1,350억달러, 2019년엔 2,800억달러 가량의 정부수입이 줄 것으로 추정된다. 재정적자는 앞으로 10년 간 1조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된다. USA투데이는 “내년은 재정적자라는 둑이 터지는 해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NYT는 칼럼에서 “메디케어(노령층 의료지원)에서 약 250억달러, 국가홍수보험 등 나머지 분야에서 1,110억달러 가량의 지출이 삭감될 수 있다”며 감세법안을 겉만 번지르르한 ‘트로이의 목마’로 표현했다. 부유층과 기업에 큰 혜택을 안기지만 사회안전망을 파괴하는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범죄피해자 가정을 지원하는 비용, 저소득 가정에 대한 혜택이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감세조치에 따른 경제 성장으로 적자분을 메울 수 있다는 게 공화당 측의 설명이지만, 이조차도 반박되고 있다. 비영리기관인 ‘책임 있는 연방예산위원회’의 마야 매기나스 대표는 “경기가 회복돼도 적자가 충분히 줄지 않았던 때가 있다”며 “심각한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한 때 적자가 급증한 때가 있었는데, 이번에는 적자를 자초한 정책적 결정을 내렸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부유층인 그 측근들에 큰 혜택이 돌아가는 점은 또 다른 논란거리다. 21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연간 최대 1,500만달러(약 160억원),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은 1,200만달러의 감세 혜택을 볼 것으로 추정됐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kn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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