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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말 아꼈지만... 재계 "정부 오락가락" 당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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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말 아꼈지만... 재계 "정부 오락가락" 당혹

입력
2017.12.21 17:4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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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21일 '합병 관련 신규 출자 금지 법 집행 가이드라인'을 변경해 삼성SDI에 삼성물산 주식 404만주를 추가 매각하도록 한 데 대해 삼성을 비롯한 재계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삼성SDI 관계자는 이날 “공정위 예규가 확정되고 매각 통보가 공식적으로 이뤄지면 법률적인 내용을 신중하게 검토해 대응방안을 정하겠다”고 짤막한 입장만 밝혔다.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의 관계자들은 “드릴 말씀이 없다”며 공식 입장을 내놓진 않았지만 공정위가 2년 만에 스스로 만든 가이드라인이 오류라며, 지분매각을 통보한 데 대해 난감해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2심 선고를 앞둔 상황에서 재판부가 판단하기 전에 공정위가 앞서 합병에 문제가 있다는 식의 예단을 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지적했다. 공정위의 이날 발표가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을 키운다는 목소리도 있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2015년 첫 결정도 2014년 7월 가이드라인 시행 후 공정위가 1년째 손을 놓고 있다가 삼성 먼저 문의하자 부랴부랴 해석 작업에 나섰던 것으로 안다”며 “가이드라인 제정 후 잇단 해석 변경으로 애꿎은 기업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순환출자 고리를 아직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 다른 대기업들은 정부의 왔다 갔다하는 해석에 어떻게 대책을 세워야 할지 난감해하고 있다.

삼성SDI가 404만주(20일 종가기준 5,276억원)를 매각하더라도 전체 지분의 2.1%밖에 되지 않아 이 부회장의 삼성그룹 지배력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의 이 부회장 우호지분은 37%가량이기 때문이다. 향후 보험업법 개정 등으로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8.23%)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삼성물산 주식 한 주가 아쉬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이는 이번 결정과는 관계없는 부분이다.

문제는 그 많은 주식을 누구한테 파느냐이다. 삼성물산은 그룹 내에 지주사 역할을 하기 때문에 삼성 계열사가 그 주식을 인수할 경우 새로운 순환출자 고리가 만들어지거나, 기존 고리가 강화되는 문제를 피하기 힘들다. 결국 외부에 팔아야 하는 데, 이는 한동안 삼성물산 주가에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 주가는 이날 2.68% 하락했다.

이성원 선임기자 sungwon@hankookilbo.com

김창훈 기자 chk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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