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불안정 눈구름대 강북 통과
이례적 한파도 물러나지 않으며
소나기 같은 국지성 폭설 쏟아져
20일 저녁 서울 강남구에서 약속이 있던 직장인 윤성원(29)씨는 ‘폭설 때문에 늦는다’는 친구의 연락을 받고 당황했다. 윤씨의 회사가 위치한 강남구에는 이날 눈이 전혀 오지 않은 탓이다. 반면 윤씨의 친구가 사는 강북구는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눈이 휘몰아쳐 무려 8.5㎝가 쌓였다.
21일 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오후까지 기상청은 서울 및 경기 남부와 충청지방에 최고 10㎝의 적설량을 예상했다. 서울의 적설량도 3~10㎝로 예보됐다. 그러나 이날 서울의 공식 적설량은 고작 0.8㎝에 그쳤다. 예보가 빗나간 셈이다.
이는 같은 서울 내에서도 강북구를 비롯해 도봉구(5㎝) 마포구(4㎝) 등에는 폭설이 왔지만, 광화문부터 남쪽으로는 눈이 적거나 아예 내리지 않았기 때문. 서울 공식 관측소는 이날 눈이 조금 흩뿌린 종로구 송월동에 위치하고 있다.
경기권에서도 고양(10.1㎝), 의정부(9.5㎝) 등 경기 북부 지역 주민들은 눈 폭탄을 맞아야 했지만, 과천 등 경기 남부 지역에는 눈이 거의 내리지 않는 등 완전히 ‘딴 세상’이었다.
이런 극과 극 적설량에 대해 기상청 관계자는 “여름철 소나기 같은 ‘국지성 폭설’은 대기불안정으로 생긴 서해안의 작고 강한 눈구름대가 주로 경기 북부와 충청을 통과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눈은 서해상의 저기압이 우리나라 동쪽으로 통과하면서 들여온 따뜻한 남서풍ㆍ서풍이 한반도 상공 찬 공기와 서로 부딪히는 과정의 대기불안정으로 눈구름대가 만들어져 내렸다. 때문에 찬 공기와 저기압의 위치 및 이동속도에 따라 강수의 양과 위치가 천차만별이었다는 설명이다.
이례적이었던 12월 한파도 원인이 같다. 보통 한기가 한반도를 덮었다가 물러나면 따뜻한 공기가 들어오는 ‘삼한사온’이 우리나라 겨울 날씨의 특징이지만, 올해는 찬 공기가 자리를 잡고 물러나지 않으면서 들어오려는 난기와 계속 부딪히면서 이런 현상을 만들어냈다. 다만 22일부터는 한반도의 기류 정체가 풀리며 남서풍이 본격적으로 들어와 기온이 크게 오를 것으로 보인다. 22일의 아침 기온은 서울 영하 2도, 광주 영하 1도, 대구와 대전 영하 3도로 대부분 영하권으로 시작하겠지만 낮에는 기온이 높아지면서 서울 7도, 인천ㆍ대전ㆍ세종 8도, 대구 9도, 광주 10도 등으로 전국이 예년 기온을 2, 3도 가량 웃돌겠다. 당분간 한파는 없겠으나 주말에 전국 곳곳에서 눈이나 비 소식이 이어질 전망이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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