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구 경단녀 취업지원
컴퓨터 강사 양성 무료교육
3년 동안 144명 수료 열기
“내 아이 가르치는 마음으로”
초중 방과후교실서 대활약
협동조합 설립 활동 폭 넓혀
“올해 초만 해도 제가 ‘선생님’으로 불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도 못했죠.”
기업 연수원에서 고객 서비스(CS) 강사로 근무하다 그만두고 8년 넘게 육아에 전념해 온 김가희(40ㆍ여)씨는 오랜만에 일시적이나마 ‘강사’ 직함을 회복했다. 김씨는 9월 9일부터 3개월 간 서울 성동구 금호초등학교 방과 후 교실인 ‘청소년 소프트웨어 교실’ 강사로 활동했다.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3개월여 간 코딩(컴퓨터 프로그래밍) 강사 교육을 받은 덕분이다. 초등학교 4학년과 1학년에 재학 중인 두 자녀를 둔 김씨는 “우연히 ‘경력 단절 여성(경단녀) 코딩 강사 양성 무료 교육’ 현수막을 발견한 것을 계기로 이 수업을 들어 번번이 좌절을 맛봤던 재취업 도전 자신감을 얻었다”며 “이번 초등학교 방과 후 교실 강사 체험을 바탕으로 본격적으로 코딩 강사 취업에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는 교육으로 내년 중학교와 내후년 초등학교 의무화를 앞둔 코딩 교육이 자치구 경단녀 취업 지원 방안으로 활용되고 있다.
서울 성동구는 ‘고용노동부 지역 맞춤형 일자리 창출 지원 사업’ 공모에 선정돼 2015년부터 경단녀 대상 코딩 강사 양성 사업을 해 왔다. 총 150명을 교육해 144명이 수료했다. 관내 초ㆍ중학교와 협력해 수료생 중 일부는 방과 후 코딩 교실을 직접 지도해 보게 했다. 지난 10월 16일부터 10주 간은 이들 수료생 중 30명이 수강하는 심화 코스인 ‘소프트웨어 교육 강사 역량 강화 과정’도 열었다.
코딩 강사 양성 교육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3년째 이어지면서 지원자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성동구에 따르면 매 기수 수강 신청 경쟁률이 3대 1에 이른다. 수강생 학습 몰입도도 높다. 지난 14일 서울숲 언더스탠드 에비뉴에 마련된 강의실에서 만난 수강생들은 강사 설명을 하나라도 놓칠 새라 연신 휴대전화 카메라로 판서 내용을 찍어대며 질문하느라 바빴다.
‘엄마표 코딩 교육’에는 프로그래머 출신뿐 아니라 IT분야 경력이 전무한 이들도 참여하고 있지만 장점이 많다. 성동구와 함께 코딩 강사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성동벤처밸리의 유지호 사업본부장은 “내 자녀를 가르치는 마음으로 커리큘럼을 짜고 아이들의 마음까지 보살펴 주기 때문에 이들이 강사 체험을 했던 협력 초ㆍ중학교의 반응도 매우 긍정적이었다”고 말했다.
이들 경단녀들은 자치구 무료 교육을 통해 코딩 강사의 첫 걸음을 내디뎠지만 전문 분야 강사의 길을 꾸준히 가려면 스스로 역량을 키우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18년 간 프로그래머로 근무했지만 결혼 후 3년여 경력 공백이 생긴 조보미(46)씨는 성동구 코딩 강사 교육이 처음 개설된 2015년에 이 과정을 들었다. 조씨는 지난해 6월 다른 수료생들과 함께 ‘창의메이커스협동조합’을 만들어 소프트웨어 교육 교재 집필을 함께 하고 코딩 교육 캠프를 자체 기획해 운영하고 있다.
조씨는 “프로그래밍이 기술 발전에 따라 새로운 언어가 끊임없이 생기는 분야인 데다 코딩 교육이 걸음마 단계여서 교구가 꾸준히 업데이트되기 때문에 협동조합 활동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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