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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그레나다 개발”…미국 앞마당서 영향력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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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그레나다 개발”…미국 앞마당서 영향력 확대

입력
2017.12.21 16:41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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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발전 청사진 프로젝트 전달

美가 한때 점령 “자존심 건드려”

그레나다의 수도 세인트조지스 항구 전경. 바이두
그레나다의 수도 세인트조지스 항구 전경. 바이두

카리브해의 소국 그레나다가 중국이 제시한 경제개발 계획을 국가개발 청사진으로 수용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앞마당에서 진행되는 미국으로부터 침공을 받은 적도 있는 그레나다와 중국 간 밀착은 미중관계에 또 다른 갈등 요인이 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21일 중화권 매체들에 따르면 그레나다 정부는 지난해 초 중국 측에 경제ㆍ사회 발전 계획 수립 과정에 도움을 달라고 요청했고, 최근 중국개발은행이 자국의 개발 모델을 근간으로 한 경제개발 계획 초안을 그레나다 측에 전달했다. 초안에는 고속도로ㆍ공항ㆍ철도ㆍ항만ㆍ풍력발전소 등 기반시설 건설 프로젝트가 포함돼 있으며, 중국 측 전문가들은 지난해 8월부터 수차례 그레나다를 방문해 정부ㆍ산업계 인사들을 만났다. 중국사회과학연구소 측은 “대부분의 목표는 10년 내 달성될 수 있도록 현실적으로 작성됐다”고 설명했다.

일부 중국 기업들은 이미 정부 보조 주택사업이나 국립운동경기장 건설 등 그레나다의 각종 인프라사업에 뛰어들었다. 관광ㆍ농업ㆍ교육분야 등에서도 중국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는 현지 보도도 잇따르고 있다.

그레나다는 인구 11만2,000명에 면적이 전남 진도보다 작은 344㎢에 불과하지만, 중국과의 접촉면 확대가 갖는 정치적 상징성은 상당하다. 당장 중국의 팽창적인 대외정책이 미국의 앞마당 격인 카리브해 국가들에 집중되고 있다. 중국 국영기업인 중국교통건설공사는 올 초 10억달러(약 1조800억원) 규모의 파나마 항만 건설 프로젝트를 따냈고, 가이아나ㆍ바에이도스ㆍ바하마 등도 중국으로부터 원조나 직접투자를 받고 있다.

특히 그레나다는 1979년 사회주의 혁명 정권이 수립된 뒤 미국의 군사침략을 받은 경험이 있는 국가다. 1983년 당시 로널드 레이건 미 행정부는 그레나다 혁명정권이 소련ㆍ쿠바의 원조를 받아들이자 이를 미국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으로 간주, 병력 7,000명을 동원해 혁명정권을 무너뜨렸다. 이는 베트남전쟁 이후 미국이 진행한 최초의 대규모 군사행동으로 중남미에서 반미 물결을 촉발한 사건으로 여겨져 왔다.

재러드 워드 애크런대 역사학과 교수는 “카리브해에서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는 중국이 그레나다와 파트너십을 맺는 건 미국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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