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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회 한국출판문화상] 이종관 교수 “AI 시대에는 좀 더 나은 인간이 되려 고민해야”

입력
2017.12.21 15:59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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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회 한국출판문화상 학술부문을 수상한 '포스트휴먼이 온다'의 저자 이종관 성균관대 교수가 인공지능(AI)과 인간의 협력과 공존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58회 한국출판문화상 학술부문을 수상한 '포스트휴먼이 온다'의 저자 이종관 성균관대 교수가 인공지능(AI)과 인간의 협력과 공존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우리의 궁극적 목표는 ‘생산성 높은 인간’보다 ‘좀 더 나은 인간’이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58회 한국출판문화상 저술-학술 부문 수상작 ‘포스트휴먼이 온다’(사월의책 발행)는 인공지능(AI) 광풍 속에서 특이한 책이다. AI 관련 논의는 당연하다는 듯 이공계열 전문가들이 주도하고 있지만, 저자 이종관(60) 성균관대 교수는 현상학을 공부한 정통 철학자다.

‘철학자가 이색적’이라는 선입관 얘길 꺼내자 한숨부터 내쉬었다. “철학이야 말로 우리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학문인데, 언제부터인가 서구 최신 이론을 수입하거나 철학의 역사를 공부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철학이 향유하는 학문이 되어버렸다”는 대답이었다. 철학이 우리 자신의 얘기를 다뤄야 한다는 깨달음은 독일 유학 때 얻었다. 1987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터지자 일제히 서구 문명의 미래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한 독일 철학자들을 봐서다.

그래서 귀국 뒤 1990년대 중반부터 정보통신(IT) 분야를 꾸준히 파고들었다. 아직도 ‘철학과 IT’라면 어색하게 여길 이들이 많은 상황이니 그 때는 더 했다. 논문에 대해 코멘트해주고 토론할 동료조차 마땅찮았다. 이 교수는 이공계 전문가들과 어울리기 시작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같은 IT 관련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들이다. “오히려 그 사람들이 먼저 ‘당신 얘기를 들려달라’며 제안해왔어요. 인문학적 관점이 필요하다는 게 그게 뭔지 궁금했던 거죠. 그 분들과 토론하고 논쟁하면서 정도 많이 들었습니다.”

이 교수는 “AI 때문에 대부분 실업자로 전락한다”는 주장이나 “AI 덕분에 마침내 노동에서 해방된 인류가 역사상 최초로 진정한 ‘호모 루덴스(Homo Ludensㆍ유희하는 인간)’가 된다”는 주장 모두 비판한다. 두 주장은 반대되는 것 같지만 인간의 대체가능성에만 집중함으로써 ‘인간이란 꽤 괜찮게 작동하는, 성능 좋은 기계’라는 인간관을 공유하고 있다고 본다. 이는 ‘인간과 일’의 관계, 노동의 의미를 지나치게 폄훼한 것이다.

이 교수의 제안은 로봇(Robot)에 대응하는 코봇(Co-botㆍ인간의 노동을 도와주는 로봇) 기술, 완전 자동화에 반하는 적응형 자동화(Adaptive Automation) 기술 같은 것들이다. “독일의 4차산업혁명론이란 자신들의 인본주의적 경제를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에 대한 방법론인데, 우리는 그 핵심을 놓치고 있어요. 인간과 AI의 공존, 협력에 대해 고민해야 합니다.”

철학자로서는 시대의 최전선에 서 있다 자부하지만, 독일 냄새 물씬 풍기는 저자답게 정작 자신은 스마트폰을 쓰지 않는다. “급하면 가끔 부인 것을 빌리기도 한다”지만 그것도 지난 10여 년간 한두 번 정도란다. “적당히 서로 안 보고, 또 쉽게 잘 안 찾아져야 그립고 보고 싶고 그런 것 아니겠어요.”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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