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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한국경제 빛과 그림자] 美 우선주의-中 사드보복 파도 넘어… 무역 세계 6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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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한국경제 빛과 그림자] 美 우선주의-中 사드보복 파도 넘어… 무역 세계 6위로

입력
2017.12.21 15:35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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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까지 누적 수출 사상 최대

3년 만에 무역 1조달러 재돌파

글로벌 교역 비중 첫 3%대 진입

트럼프정부 FTA 재협상 요구

철강, 전자 ‘핀포인트 제재’ 곤욕

中 진출 현대-기아차 혹독한 시련

누적 판매량 30~40%대 급감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일보 자료사진

“올해 우리나라 연간 무역액이 무난히 1조 달러를 넘기는 데 성공했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중국 사드 보복 등 보호무역주의는 향후 항로에 암초가 될 것이다.”

김영주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지난달 29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017년 한국경제를 희비가 엇갈린 해로 평가했다. 우리나라의 올해 무역 규모는 2014년 이후 3년 만에 1조달러를 돌파하며 세계 6위로 올라섰다. 겉보기에 올 한 해는 장밋빛으로 마무리된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둘러싼 교역상황은 미국 중국 등이 무역 장벽을 높여 위기를 맞기도 했다. 올해 초 등장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미국 우선주의’를 기조로 한미 FTA 개정 협상, 반덤핑 및 상계관세 조치 강화,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 등으로 우리나라를 궁지에 몰았다. 중국은 사드 배치를 빌미로 한국 기업과 제품에 대해 보복에 나서면서 중국에서 현대ㆍ기아차의 판매량은 반 토막이 났다. 이런 위험 요소는 여전히 남아있어 내년 한국경제를 위협할 것으로 보인다.

3년 만에 무역 1조달러 재돌파

우리나라 연간 무역액은 2014년(1조982억달러) 이후 2년 연속 무역 1조달러에 미달했지만, 올해 다시 1조달러 고지를 회복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4일 기준 우리나라의 올해 무역액은 1조달러를 돌파했다. 1956년 무역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단기간 수출 5,000억 달러 돌파(11월 17일), 11월까지 연간 누계 기준 사상 최대 수출실적(5,284억달러) 등의 신기록도 세웠다. 특히 올 1~9월 누적 교역액이 7,852억달러로 전년동기대비 19.2% 증가, 전세계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3%를 기록하면서 사상 최초로 3%대 진입한 것은 물론 역대 최고의 글로벌 교역 비중 달성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 무역이 선전할 수 있었던 건 미국과 유럽, 아시아 등 선진국과 신흥국이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성장세가 동시에 확대되는 호황기 속에 수출시장 다변화, 중소ㆍ중견기업 육성 등 정부 정책이 성과를 내고 수출 주력상품인 반도체가 사상 최대실적을 이끈 덕분이다. 올해 반도체 수출은 883억달러를 기록, 지난해보다 무려 56.6%나 증가했다. 올해 벤처기업 수출액도 처음으로 200억달러로 늘어났다. 중국과 미국에 대한 수출 비중은 2014년 37.6%에서 올해 11월 누적 기준 36.5%로 하락해 시장 의존도를 낮췄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3%를 넘어설 것이라 하는데 이 중 70~80%가 수출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내년에도 우리나라 무역액이 1조 달러를 넘길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 숨통 죈 보호무역주의

하지만 올해 우리나라를 둘러싼 통상 환경은 악재의 연속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한미 FTA를 “끔찍한 협정”이라고 비난하며 재협상을 밀어붙였다. 미국은 올해 두 차례에 걸쳐 열린 한미 FTA 개정 협상을 위한 특별 공동위원회에서 자동차와 농산물 분야 등에 대해 한미 FTA 개정을 요구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미 최대 수출품목인 자동차의 경우 한미 FTA로 철폐됐던 관세(2.5%)가 부활할 경우 앞으로 5년 동안 국내 자동차업계 피해는 총 89억8,000만달러, 그에 따른 일자리 손실도 약 2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미국은 한미 FTA 개정 협상을 통해 자국에 유리하게 교역조건을 변경하면서 철강과 전자 등의 분야에선 반덤핑 및 상계관세, 세이프가드 조치를 통해 ‘핀포인트 제제’를 가했다. 미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달 삼성전자와 LG전자 세탁기에 대해 16년 만에 세이프가드 조치 권고안을 내놓았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1월 긴급수입제한 조치인 세이프가드를 확정하면 삼성ㆍLG 전자의 연간 총 피해액은 1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은 지난 4월엔 55년간 단 한차례만 적용했던 ‘무역확장법 232조’(안보 이유 수입제한)를 꺼내 들고 한국산 철강에 대한 안보 침해 조사에 들어갔다.

중국의 사드 보복은 현지 시장에 진출한 현대ㆍ기아차에 직격탄을 날렸다. 올해 1~11월 현대차와 기아차의 중국시장 누적 판매량은 각각 66만4,368대, 30만5,185대로 전년동기대비 33.3%, 46.8% 급감했다. 사드보복이 완화됐다는 11월에도 중국시장 총판매량(9만5,012대)은 전년동기(12만7,008대)대비 25.2% 감소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여전히 사드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며 “판매 부진 장기화로 공장 가동률 하락과 협력사 매출 급감 등 혹독한 시련을 겪은 만큼 판매가 완전히 정상화되기까지는 일정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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