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 혼외자가 고인의 부인 손복남 고문과 이복형제 이재현 CJ그룹 회장 등 3남매에게 “상속분을 나눠달라”고 낸 청구 소송이 기각됐다.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11부(부장 신헌석)은 혼외자 이모(53)씨가 낸 유류분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고 21일 선고했다. 유류분(遺留分)은 상속 재산 가운데, 상속을 받은 사람이 마음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일정한 상속인을 위해 법률상 반드시 남겨 둬야 하는 일정 재산을 뜻한다.
이씨는 2015년 10월 이 회장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삼성 이병철 창업주 차명재산이 이맹희 명예회장을 거쳐 이 회장에게 증여됐으니, 이 명예회장 혼외자인 자신에게도 상속분이 있다는 주장이었다. 이씨 측은 “CJ그룹 토대가 된 차명주식은 현재 가치로 2조5,000억원에 달한다”며 자신이 상속 받을 수 있는 금액이 2,300억원(11분의 1)이라고 주장해왔다. 이에 CJ 측은 창업주 실명 재산이 손 고문에게 상속돼 이씨와는 관계가 없고, 이 명예회장이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이 없으므로 소송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반박해왔다.
재판부는 “이재현의 차명재산 4,000억원의 성격에 대해 원고 측은 ‘선대 이병철 회장이 맏아들 이맹희에게 물려준 돈을 손자인 피고 이재현이 다시 상속받은 것’이라 주장하고 있으나 이를 그대로 믿기 어렵고, 유류분이 침해됐다고 인정할 만한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유류분 소송을 낼 상속인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이 명예회장이 사망 당시 남긴 자산 6억원과 채무 180억원 중, 자산 1억여원과 채무 32여억원을 상속받기로 했던 이씨는 빚을 갚아야 할 처지가 됐다. 유류분 청구 소송은 손 고문 등을 대상으로 진행된 것이므로, 이번 기각과 앞선 상속 간엔 상관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유류분 소송에선 져서 상속권이 없지만, 본인이 자청한 상속으로 생긴 빚은 갚아야 한다는 얘기다. 이씨는 2004년 이 명예회장을 상대로 친자 확인 소송을 냈고, 2006년 친자로 인정받았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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