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무려면/아무러면) 자네 부탁인데 들어줘야지.
2. (아무려면/아무러면) 내가 널 못 본 체하겠니?
1번에선 ‘아무려면’이, 2번에선 ‘아무러면’이 정답이다. 어문규범과 관련한 책에서는 이 두 낱말을 구분해 써야 한다는 취지로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아무러면’과 ‘아무려면’은 그 뜻에 차이가 있다. ‘아무러면’은 있기 어려운 경우나 상태를 가정하는 뜻으로 반어적인 의문문에 주로 쓴다. ‘아무렴’의 본말인 ‘아무려면’은 말할 나위 없이 그렇다는 뜻으로 상대의 말에 강한 긍정을 보일 때 쓴다.”
그런데 실제 쓰임을 보면 ‘아무려면’을 ‘아무렴’의 본말로 쓰는 경우를 찾기는 어렵다. 사전의 용례를 제외한다면, ‘아무려면’은 “아무려면 내가 널 못 본 체하겠니?”처럼 반어적 의문문에 쓰거나, “아무려면 어떻습니까?”처럼 ‘어떻든지 간에 상관없음’을 나타낼 때 쓴다. 이처럼 ‘아무렴’과 ‘아무려면’을 준말과 본말의 관계로 인식하는 사람이 극히 드무니, ‘아무려면’과 ‘아무러면’의 뜻을 구분해 쓰라는 가르침이 받아들여질 리 없다. 그렇다면 1번 문장에선 ‘아무렴’이 적절하다고 하는 게 현실적인 설명이 아닐까.
‘아무려면’이 ‘아무렴’의 본말이라는 설명을 포기한다면, ‘아무려면’이 ‘아무러면’의 뜻으로 폭넓게 쓰이는 현상을 설명하는 문제만 남는다. 그런데 ‘아무러하다’가 포함된 낱말에서 발생하는 이런 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아무러나’와 ‘아무려나’는 ‘큰사전’(1957)에선 동의어였지만, 현재는 ‘아무려나’만 표준어다. ‘아무러면’과 유사한 ‘설마’의 뜻으로 쓰는 부사로는 ‘아무러니’가 아닌 ‘아무려니’가 표준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아무려면’을 표준어로 인정할 것인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최경봉 원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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