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선수 못지않은 체력에 노련함까지 갖춘 빙상 ‘백전노장’들이 평창 올림픽에서 맹활약을 준비하고 있다.
독일의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클라우디아 페히슈타인(45)은 평창이 일곱 번째 올림픽이다. 알베르빌(1992년)을 시작으로 소치(2014년)까지 여섯 번의 올림픽에서 금메달 5개, 은메달 12개, 동메달 6개를 목에 걸었다. 어느 종목보다도 체력을 요하는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종목이지만, 페히슈타인의 체력은 지금도 젊은 선수들에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림픽을 예선전을 겸해 열린 2017∼2018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에서도 5,000m와 매스스타트에서 금메달을 하나씩 딴 것이다. 페히슈타인이 평창에서 금메달을 따면 소치올림픽 바이애슬론 금메달리스트 올레 에이나르 비에른달렌(노르웨이ㆍ당시 40세)을 제치고 개인종목 최고령 금메달리스트가 된다.
페히슈타인에 비하면 ‘어린’ 수준이지만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 1,000m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31)도 서른을 넘겼다. 2010년 전후부터 꾸준히 국제무대에서 이상화(28)에 도전장을 내밀었으나 번번이 뒤지다 서른을 앞두고 뒤늦게 잠재력이 폭발했다. 1,000m 세계신기록(1분 12초 9), 500m 개인 최고기록(36초 75)을 모두 올해 수립했다. 이번 시즌 월드컵에서도 매번 정상에 오르면서, 이상화의 500m 올림픽 3연패 위업 달성을 위협하고 있다.
미국 쇼트트랙 대표 선발전에서는 34살의 제시카 쿠어먼이 여자 대표팀에 합류했다. 미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의 첫 흑인 선수로 합류한 마메 바이니와 비교하면 나이가 꼭 두 배다. 1998년 나가노올림픽에 출전한 캐시 터너 이후 올림픽에 출전하는 최고령 미국 쇼트트랙 선수다.
여자 싱글의 카롤리나 코스트너(이탈리아)는 내년 평창올림픽 때 31세가 된다. 은퇴한 ‘피겨 퀸’ 김연아보다도 3살이 많다. 20대 중반만 돼도 노장 소리를 듣는 여자 피겨지만, 코스트너는 27살이던 2014년 소치올림픽에서 첫 올림픽 메달인 동메달을 목에 걸어 김연아와 나란히 시상대에 섰다. 코스트너가 평창에서도 메달을 거머쥐면, 초대 동계올림픽인 1924년 샤모니동계올림픽에서 38세 246일의 나이로 메달을 딴 영국 에델 머켈트에 이어 두 번째 최고령 기록을 차지하게 된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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