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으로 의결권 행사 도입
소액주주들 주주총회 참여 유도
기업, 정족수 미달 주총대란 우려
올 연말로 유예기간이 끝나는 주주총회 ‘섀도보팅’ 제도 폐지를 놓고 상장사들의 우려가 높아지자 정부가 ‘모바일 주총 투표 서비스’라는 대안을 제시하고 나섰다. 휴대폰으로도 주총 참여가 가능하도록 만들겠다는 것인데, 실제 효과를 놓고는 여전히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은 주주들의 주총 참여를 높이기 위해 ‘모바일 전자투표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20일 밝혔다. 전자투표는 주주가 인터넷 시스템에 접속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제도다. 2009년 처음 도입돼 그간엔 PC에서만 가능했지만 이날부터는 스마트폰에서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주총 활성화에 혁신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모바일 투표 서비스는 열흘 후면 폐지되는 섀도보팅에 대한 정부의 대안이나 마찬가지다. 그간 섀도보팅은 정족수 미달로 주총을 열지 못하는 걸 막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돕는 장점과 별개로 주주들의 의사를 정확히 반영하게 하지 못하게 만든다는 지적을 받았다. 2013년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2015년부터 폐지될 예정이었지만, 상장사들의 반발로 3년의 유예기간을 거치고도 여전히 찬반 논란은 진행형이다.
섀도보팅 폐지에 반대하는 기업들은 주주들의 외면에 따른 ‘주총 대란’을 가장 우려한다. 앞서도 PC를 통한 전자투표제를 시행해 왔지만 실제 올해 전자투표로 행사된 주식은 전체의 2.2%, 의결권을 행사한 주주는 0.2%에 불과했다. 현행법상 주총을 열기 위해선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1 이상(감사 선임시 3분의1 이상) 주식이 필요한데, 소액주주 비중이 높은 기업은 섀도보팅 없이 의사 정족수를 채우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특히 감사 선임 시에는 아무리 지분이 많은 대주주라도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이 3%로 제한돼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
박양균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정책본부장은 “소액주주들은 대부분 주식 보유기간이 짧고, 시세차익을 위해 투자하는 경우가 많아 주총에 관심이 크지 않다”며 “정족수를 못 채워 인수합병이나 신사업 투자 등 중요한 의사결정이 미뤄지면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모바일 투표제도가 도입되어도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다”고 주장했다.
반면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은 주주친화적 경영을 하고, 주주들 스스로도 권리를 행사하려는 인식을 가지는 등 분위기가 바뀌어야 할 때”라며 “섀도보팅 폐지와 전자투표 활성화는 시기의 문제지 방향성은 정해진 문제”라고 맞섰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 역시 “모바일에 친숙한 세대가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 점은 긍정적”이라며 “이를 계기로 그간 소액 지분만 가지고 경영을 좌지우지하던 기업의 횡포도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부는 “이제는 섀도보팅 폐지의 긍정적 효과에 주목해 주총 활성화에 지혜를 모아야 할 때”(최종구 위원장)라며 정해진 일정을 고수할 뜻을 확실히 했다. 대신 부작용 완화에 주력할 계획이다. 이날 한국거래소는 상장기업이 주총 성립을 위해 충분히 노력했음에도 의결 정족수에 미달했을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거나 상장폐지가 되지 않도록 상장 규정을 고쳐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권재희 기자 ludens@hankookilbo.com
◆섀도보팅은
상장사의 요청으로 예탁결제원이 주주총회에 불참한 주주의 의결권을, 참석한 주주의 찬반비율에 따라 대신 행사하는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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