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차명계좌에
중과세에 과징금도 물려야” 권고
금융위원회 자문기관인 금융행정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가 노동이사제를 금융 공공기관부터 도입할 것을 권고했다. 혁신위는 또 최근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명계좌와 관련, 고율의 소득세와 과징금을 함께 물려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 동안 당국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혁신위는 20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최종 권고안을 발표했다. 개혁 성향의 민간위원 13명으로 꾸려진 혁신위는 금융당국 업무 전반을 점검해 개선안을 마련해 달라는 정부 요청에 따라 지난 8월 출범했다.
혁신위는 최종 권고안에 총 25가지의 개선안을 담았다. 혁신위는 우선 금융공공기관부터 노동이사제를 도입할 것을 당국에 주문했다. 민간 금융사에 대해서도 근로자추천이사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것을 권고했다. 다만 다양한 주주로 구성된 민간 금융사의 경우 근로자추천이사제가 도입되면 지배구조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만큼 이해관계자 간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노동이사제란 노조가 추천한 내부인사가 이사회에 참여하는 것을 일컫는다. 근로자추천이사제는 개념은 같지만 외부인사까지 추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택의 폭이 더 넓다. 혁신위 관계자는 “근로자의 경영참여로 내부견제가 이뤄지면 경영 의사결정의 투명성이 제고될 수 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나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금도 금융권 노조가 강성이라 경영 간섭이 적지 않은데 노동이사제까지 도입되면 오히려 사측과의 협상력을 높이는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혁신위는 2008년 삼성특검에서 드러난 이 회장의 4조5,000억원 규모 차명계좌와 관련, 해당 금융자산에서 발생한 이자와 배당소득에 90% 중과세를 하고 과징금도 함께 부과할 것을 권고했다. 문제가 된 차명계좌 1,021개 중 1,001개(금융실명제 시행 이후 개설)가 이에 해당된다. 이는 그 동안 금융위가 유권해석을 통해 중과세는 가능하지만 과징금 대상은 아니라고 선을 그은 것과 다른 것이다. 현재 금융실명제법에선 과징금 부과 대상을 1993년 8월12일 금융실명제 시행 전 만들어진 비실명자산으로 한정하고 있다. 정부가 과징금을 물릴 법적 근거가 없다. 이에 대해 혁신위 관계자는 “배당소득에 중과세하면서 과징금과 같은 금전적 제재를 두지 않은 건 입법적 미비로 판단된다”며 “정부가 새로 유권해석을 해 과징금을 물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혁신위는 같은 취지로 당국이 문제 없다고 판단한 금융실명제 시행 전 개설된 20개의 차명계좌에 대해서도 과징금 부과와 90% 중과세가 이뤄져야 한다고 권고했다.
과징금은 금융자산의 최대 50%까지 물릴 수 있다. 이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면 이 회장의 전체 차명계좌(4조5,000억원)에 최대 2조원이 넘는 과징금과 세금 추징을 할 수도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21일 혁신위의 최종권고안에 대한 정부 입장을 발표한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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