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화사업자 상대 첫 ‘스탠드스틸’ 명령

한동안 잠잠했던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가 다시 확산되기 시작했다. 정부는 소속 농가에서 AI 바이러스가 검출된 계열화사업자를 대상으로는 처음으로 일시이동중지(Standstillㆍ스탠드스틸) 명령을 내렸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3일 경기 용인시 청미천에서 채취한 야생조류 분변을 정밀 검사한 결과 고병원성 H5N6형 AI가 확진됐다고 20일 밝혔다. 올 겨울 AI 발생은 총 6건(농가 2건, 야생조류 4건)으로 늘었다.
전날 전남 영암군 시종면의 육용(오리고기용) 오리 농가에서도 H5형 바이러스가 검출돼 방역당국은 이날 오후 2시부터 24시간 동안 전남ㆍ광주 소재 농가, 도축장, 차량 등이 모두 이동을 멈추는 일시이동중지 명령을 발령했다.
AI가 검출된 육용오리 농가는 지난 11일 영암군 신북면에서 고병원성 H5N6형 바이러스가 확진된 농가에서 새끼 오리를 분양 받은 곳이라 역시 고병원성일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전국에 사육을 위탁하는 농가를 235곳이나 보유한 오리 계열화사업자 ‘다솔’에 소속된 농가다.
계열화사업자는 가축의 사육, 축산물의 생산ㆍ도축ㆍ가공ㆍ유통 기능을 통합 경영하는 사업자를 일컫는다. 사육 계약을 체결한 농가에 가축, 사료를 제공하고 출하된 가축을 도축ㆍ유통시키는 과정 전반에 개입하기 때문에 농가ㆍ사업자 사이에 인력ㆍ차량 이동이 활발하다. 게다가 통상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밀집사육을 하기 때문에 AI가 퍼지면 피해 규모도 크다.
방역당국은 AI가 다솔의 위탁농가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전남ㆍ광주뿐 아니라 전국의 다솔 소속 농가까지 이동중지명령을 내렸다. 전남ㆍ광주 소재 농가 8,285곳, 도축장 11곳, 사료공장 24곳, 축산차량 6,617대와 더불어 다솔 위탁농가 중 전북ㆍ경남ㆍ광주ㆍ충북 등 농가 68곳, 차량 71대도 이동중지 대상에 포함됐다.
정부가 지역ㆍ전국 단위가 아닌 특정 계열화사업자 대상으로 스탠드스틸을 발령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다솔 소속 전 농가를 대상으로 일제 AI 검사를 실시하고 방역수칙 준수 여부를 점검한 뒤 위반사항을 적발하면 제재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