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서열 2위’ 최룡해를 최휘로 교체
“중량감 줄여 정치적 교섭 부담 덜고
분위기만 바꿔 속도 조절하려는 의도”
‘先평화협정-後비핵화’ 로드맵 제안도
최근 이뤄진 북한의 국가체육지도위원장 교체가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염두에 둔 사전 포석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무총리실 산하 국책 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이 20일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홍민 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지난달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북한이 내년 평창 올림픽 기간을 전후로 도발을 자제하며 상반기까지 상황 관리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했다. 홍 실장은 “내부적으로 핵ㆍ미사일 올인 탓에 주민 피로도가 높은 데다 대북 제재ㆍ압박의 경제적 부담이 내년 본격화할 공산이 큰 상황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계속 발사해야 한다는 부담을 덜고 관리 모드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평창 올림픽 기간 북한의 핵ㆍ미사일 도발이 중단되고 한미 연합 군사훈련이 연기ㆍ축소될 경우 5월부터는 남북 관계 및 북핵 문제의 국면이 극적으로 전환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올림픽을 계기로 7월 한국이 제안한 군사당국 회담을 우발적 군사 충돌 방지 차원에서 수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북한이 평창 올림픽에 참가할 것으로 홍 실장은 점쳤다. 최근 북한이 국가체육지도위원장을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에서 최휘 당 부위원장으로 교체한 사실이 대표적 정황 증거다. 홍 실장은 “(북한 정권 2인자로 평가되는) 최룡해는 권력 서열상 너무 중량감이 커 부담스러울 수 있다”며 “평창 올림픽 참가와 관련해 (남북이) 서로 접촉하거나 교섭이 이뤄질 때 최룡해보다는 최휘 쪽이 나서는 게 정치적 부담이 덜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 동안 남북 접촉 자체가 없던 상황에서 갑자기 파격적으로 거물이 내려와 버리면 정치적으로 확대 해석될 개연성이 있다”며 “메시지 의미를 체육 교류 차원으로 한정하고 분위기만 유화적으로 바꾸는 식으로 남북 관계 속도를 조절하려는 전략일 수 있다”고도 했다.
앞서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전날(19일)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북한 여자 축구 대표팀의 귀국 소식을 보도하며 최휘를 국가체육지도위원장으로 소개했다. 10월 말 전국 도대항 군중체육대회 폐막 당시까지만 해도 최룡해가 국가체육지도위원장이었다. 최룡해는 국가체육지도위원장으로 재임하면서 2014년 10월 인천 아시안게임과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에 참석하는 등 스포츠 외교 활동을 왕성하게 벌였다.
홍 실장은 “어제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 연합 군사훈련 연기 가능성을 시사했는데 북한이 이런 메시지를 적극 수렴한다면 올림픽에 참가할 가능성이 더 커진다”며 “참가가 현실화할 경우 올림픽 이후 남북 대화나 특사 교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손기웅 통일연구원장도 사견임을 전제로 북한이 평창 올림픽을 적극적 평화 공세의 기회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그는 “지금껏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체제 유지를 위해 내부 자원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며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을 맡고 있는 여동생 김여정을 올림픽 단장으로 내세운다면 잘 차려진 밥상에서 상징 조작으로 김정은 카리스마를 보완하는 일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홍 실장은 이날 “지금껏 비핵화 보상 기제로 북한에 제시해 온 평화협정 체결을 앞으로 당겨와 비핵화의 모멘텀으로 삼는 방안도 북한이 수용할 가능성이 크고 주변국 협력을 유도하는 데에도 용이하다는 점에서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선(先)평화협정-후(後)비핵화’ 조치를 역발상 차원에서 시도해 볼 만하다는 것이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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