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니 종현 사망 계기로 'K-팝의 그늘' 집중 조명
"삶의 질보다 경쟁과 성과 중심적 사회"
한국의 연예산업은 강한 압박으로 유명하다. 마치 '헝거 게임'을 만들어내는 것과 같다."
미국 주요 언론들이 19일(현지시간) 앞다퉈 샤이니 종현의 사망을 계기로 K-팝 산업의 이면의 문제점을 집중 조명했다.
연예매체 버라이어티는 한국의 연예산업이 잔혹할 정도로 강한 경쟁 구조로 되어 있다며 이를 '헝거 게임'에 비유했다.
수전 콜린스의 SF 소설이자 시리즈 영화로도 제작된 헝거 게임은 미래 사회에서 12∼18세 소년·소녀들이 한 사람만 살아남는 생존 경쟁을 펼치는 내용이다.
재능을 지닌 많은 아이돌 지망생들이 기획사의 철저한 관리 속에 연습생으로 혹독한 훈련을 받고 치열한 경쟁을 거쳐 스타로 탄생하는 K-팝 아이돌 양성 시스템이 이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버라이어티는 "난 속에서부터 고장 났다. 천천히 날 갉아먹던 우울은 결국 날 집어삼켰고 난 그걸 이길 수 없었다"고 쓴 종현의 유서를 소개한 뒤 한국의 스타들은 모든 동료가 경쟁자가 되고 오로지 강자만이 살아남는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고 해석했다.
버라이어티는 지난 1996년 자살한 가수 서지원부터 가수 유니, 탤런트 정다빈, 장자연 등을 예로 들면서 스포트라이트에서 멀어져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 팬들의 부정적인 반응, 연예산업의 어두운 이면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스타들이 줄을 잇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종현의 선택을 명확히 설명할 순 없지만, K-팝의 화려한 앞면 뒤에는 그늘에 가린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 일간 워싱턴타임스(WP)와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타임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웃도는 한국의 높은 자살률에 주목했다.
WP는 종현의 사망이 전 세계 팬들로 하여금 정신건강 문제에 주목하는 계기가 됐다며 2015년 한국의 자살률은 인구 10만명 당 30명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OECD 회원국 중 1위라고 밝혔다.
LA타임스도 'K팝 스타의 죽음이 한국 자살문제에 이목을 집중시켰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화려하고 젊은 음악산업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한국은 선진국 중 가장 높은 자살률이라는 오명도 안고 있다'고 전했다.
어느 국가나 비슷한 자살 원인이 있지만 2세대 만에 가난한 농경사회에서 세계 13위 경제 대국으로 우뚝 선 한국은 좀 다른 사정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소득 불균형과 개인이나 삶의 질보다는 경쟁과 성과에 가치를 둔 사회적 분위기와 명예 훼손의 위기에 처했을 때 굴욕을 참기보다 차라리 죽음을 선택하는 사고방식이 주요 원인으로 관측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종현의 사망 소식과 함께 그가 남긴 유서를 상세히 소개하며 'K팝에서 독보적 지위를 점하던 아티스트를 잃었다'고 평했다.
K팝 칼럼니스트 제프 벤저민은 연기와 패션 등 다른 분야로 활동 영역을 넓히는 다른 가수들과 달리 종현은 가수이자 작곡가, 프로듀서로서 음악에만 집중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 종현이 속한 샤이니도 다섯 멤버가 오랜 기간 해체 없이 함께 활동했다며 "샤이니는 기존 규칙에서 벗어나는 예외적 존재"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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