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한미합동훈련 연기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내년 3월 키리졸브(KR) 연습과 독수리(FE) 훈련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과 북한을 향한 메시지가 성공할 경우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 개최를 넘어 한반도 평화에서도 우리 정부가 이니셔티브를 쥐게 되지만 자칫 미중의 갈등만 부채질할 가능성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20일 문 대통령의 훈련 연기 발언이 알려지자 “한미 연합 훈련을 포함해 지속적으로 일정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미연합사도 별도 입장을 내고 “우리는 평창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원하며 이를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을 우리 동맹국들에게 약속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미동맹의 동맹국으로서 연합연습과 관련 동맹의 결정을 따를 것을 확인하며 이러한 결정을 적절한 시기에 발표할 것”이라며 한미 간 논의가 진행중임을 강하게 시사했다.
한미는 상하반기로 나눠 매년 2~3월에 키리졸브연습과 독수리훈련을, 8월에 을지프리덤가디언(UFG)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두 훈련 모두 한미가 참가하는 대규모 훈련이나 북한은 UFG보다 키리졸브 훈련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UFG훈련이 한국군 중심으로 이뤄지는 반면 미 본토 증원전력을 포함해 약 20만명이 참가하는 KRㆍFE는 연합전시증원(RSOI) 훈련으로 결국 미군의 한반도 전개를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특히 한미는 2015년까지 북한의 남침을 가정한 대응에 초점을 맞췄지만 지난해부터 대북 선제타격 개념이 포함된 작전계획5015를 적용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에 앞서 한미가 먼저 북한 미사일 기지를 선제 공격하는 시나리오도 포함돼 있으며 최근에는 북한 지휘부 제거를 위한 미군 특수부대도 훈련에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핵추진항공모함은 물론 스텔스 전투기 등 전략무기도 대거 참가하는 등 미군이 한반도에 투사할 수 있는 모든 전력이 집결하는 셈이다.
때문에 북한은 키리졸브연습 때마다 “북침 전쟁 소동”이라고 맹비난해왔다. 이에 정부는 훈련 중단이 아니라 연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북한의 반응을 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훈련 연기에 따른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전직 고위 관리는 “훈련 연기는 결국 중국의 쌍중단(雙中斷: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군사훈련 동시 중단) 목소리를 키워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쌍중단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중 갈등만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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