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직장인들의 휴가 사용일수가 만년 꼴찌에서 벗어났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실제 사용한 휴가일수는 지난해 8일에서 올해 10일로 늘었고, 1주일 이상 장기 휴가를 선호하는 직장인도 32%(지난해 20%)로 많아져 내용면에서도 일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여행사 익스피디아가 20일 전 세계 주요 30개국 1만5,08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유급휴가 사용 실태’를 발표했다. 한국인 응답자 302명을 포함해 아시아, 북미, 남미, 유럽 각국의 직장인이 조사에 참여했다.
한국은 지난 6년 연속 조사 대상국 중 연차를 사용한 날이 가장 적었지만, 올해는 15일 중 10일을 사용했다고 답해 일본 대만과 동일했다. 휴가를 가장 적게 사용한 나라는 태국(8일)이었다. 휴가 사용률도 다소 늘어 주어진 휴가를 전부 쓴 사람이 지난해 39%에서 올해는 절반(51%)을 넘었다. 하지만 세계 평균(66%)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치다. 전 세계 직장인의 평균 연차일수는 24일이며 그 중 20일을 사용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독일 스위스 뉴질랜드 등은 총 30일의 연차를 전부 소진했고, 아랍에미리트 스웨덴 브라질은 무제한 연차휴가를 지원받는다고 답해 눈길을 끌었다.
휴가 사용일수는 늘어났지만 한국 직장인의 82%는 휴가 사용환경에 대해 불만족스럽다고 답했다. 휴가를 다 쓰지 못한 이유에 대해 한국인은 업무가 바쁘거나 대체 인력이 없어서(34%)라고 답한 반면, 호주(37%)와 핀란드(26%)는 내년에 더 긴 휴가를 가기 위해 아껴둔 것이라고 답했다. 한국인은 휴가 중에도 두고 온 일 생각에 불편하다는 의견이 72%, 휴가 중 일을 하는 경우도 61%에 달했다. 모두 세계 1위였다. 연차 사용에 비협조적인 환경도 걸림돌로 지적됐다. 고용주가 휴가를 독려하는 국가는 캐나다 멕시코 노르웨이 등이었으며, 반대로 비협조적인 국가는 일본 이탈리아 한국 순이었다. 이 때문에 휴가 사용 시 죄책감을 느끼는 한국인이 61%에 달했다. 세계 평균(29%)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반면 휴가 만족도는 세계 최저 수준이었다. 휴가 이후 여유로워진 상태로 업무에 임할 수 있을 것이라 응답한 사람은 30%에 불과해 세계 평균(67%)에 크게 못 미쳤다. 휴가 이후의 행복감, 가족과의 친밀감, 업무 집중력 상승도도 모두 세계 평균보다 낮았다.
최흥수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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