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연말 택시 승차거부 근절
단속인원 4배 늘리고 신고 당부
“동영상 촬영 뒤 국번없이 120
박모(32)씨는 며칠 전 연말 모임이 끝나고 명동에서 택시를 잡으려다 초록색 예약등을 켜 놓은 택시들이 천천히 다가왔다가 목적지를 확인하고 사라지는 ‘승차거부’를 수차례 당했다. 택시 기사들은 차 창문을 조금만 내리고 “어디 가세요?”라고 묻고는 신당동에 간다는 말에 고개를 돌려 떠났다. 김씨는 “그나마 ‘가까운 서울은 안 간다’고 말이라도 해 준 택시기사가 친절하게 느껴질 정도였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연말에 특히 기승을 부리는 승차거부를 뿌리뽑겠다며 시민들의 적극적인 신고를 당부했다. 단속 인력 증원, 목적지 입력 없이 쓰는 공공 택시앱 ‘지브로’ 출시 등 지난달 말 ‘연말 심야 택시 승차난 해소를 위한 7대 대책’을 발표했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교묘한 수법의 승차거부가 끊이지 않는 탓이다.
김정선 시 교통지도과장은 “지난달에 비해 승차거부 단속원을 240명으로 4배 늘렸지만 현장 단속만으로는 적발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승차거부를 근절하려면 시민들의 적극적인 신고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20일 시에 따르면 올해 10월 말 기준 서울시에 접수된 승차거부 신고 건수는 5,552건이다. 전체 택시 민원의 30.2%로, 불친절 신고 건수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유형이다.
승차거부 신고는 국번 없이 120으로 언제든지 할 수 있다. 신고할 때 신고인의 인적 사항, 위반 일시 및 장소, 위반 차량 번호, 회사명, 운전자 성명과 위반 내용을 필수 제공해야 한다. 증거 자료가 있다면 메일(taxi120@seoul.go.kr)로 송부하면 된다. 신고가 접수되면 시 교통지도과를 거쳐 구청으로 이첩되며 구에서 행정처분을 내린다. 승차거부가 확인된 차량에는 2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실제 이 같은 행정처분을 받는 경우는 10% 안팎에 그친다. 올해 처분 건수도 신고 건수의 10분의 1 수준인 546건에 불과하다. 승차거부가 대부분 짧은 시간 안에 이뤄져 녹음을 하거나 동영상을 찍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형렬 시 교통지도과 주무관은 “’나는 (손님을) 정말 못 봤다’고 잡아떼면 사실 방법이 없다”며 “위반 행위가 감지되면 신속하게 녹음과 동영상 촬영 준비를 하고 평소 위반 행위에 해당하는 사례를 정확하게 알아두는 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시가 이날 소개한 승차거부 유형은 ▦빈차등을 끄거나 고의로 예약등을 켜고 승객을 골라 태우는 행위 ▦행선지를 묻고 유턴할 수 없다며 건너가서 타라는 행위 ▦택시 호출 시 요청한 목적지가 탑승 후 변경됐을 때 해당 승객을 하차시키는 행위 ▦일행이 승차한 후 각각 목적지가 다를 때 첫 하차 지점에서 모두 내리게 하는 행위 등이 있다.
다만 서울 면허 택시가 분당이나 일산 등 서울 외 지역으로 운행을 거부하거나, 서울 시내에서 경기 택시가 서울로 가는 승객을 태우지 않는 것은 승차거부가 아니라고 규정했다. 또 행선지를 말하지 못할 정도로 만취 상태인 승객을 태우지 않거나, 교대 시간을 공지하고 1시간 이내에 차고지에 돌아간 경우 역시 승차거부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