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피해자만 1만8000여명
가수 박정운 등 일당 21명 기소
가상화폐 채굴기 사업에 투자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다고 속여 국내외 투자자 1만8,000여명으로부터 2,700억여원을 받아 가로챈 미국 가상화폐 채굴대행업체 임직원과 사업자가 검찰에 적발됐다.
인천지검 외사부(부장 최호영)는 사기 및 방문판매등에관한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마이닝맥스 전산 관리 담당 계열사 대표 김모(34)씨 등 18명을 구속 기소하고 홍보 담당 계열사 대표인 가수 박정운(52)씨 등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0일 밝혔다. 검찰은 또 마이닝맥스 회장 박모(55)씨 등 국외에서 도피 중인 7명을 인터폴 적색수배하고 여권 무효화 조치, 범죄인 인도 요청을 했다. 국내에서 도주 중인 사업자 4명도 지명 수배됐다.
이들은 지난해 9월부터 올 10월까지 “마이닝맥스 회원으로 가입해 가상화폐 ‘이더리움’ 채굴기를 사면 기계를 대신 관리하면서 이더리움을 채굴해 주겠다”고 속여 돈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더리움은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로 암호화돼 고성능 컴퓨터인 채굴기로 어려운 수식을 풀어야 얻을 수 있다.
박 회장 등은 미국에 마이닝맥스 본사를 설립하고 국내에서 자금ㆍ전산ㆍ고객 관리와 채굴기 설치ㆍ운영, 홍보 담당 계열사들을 만들어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등 54개국에서 조직적으로 범행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는 한국인이 1만4,000여명으로 가장 많았고 미국인 2,600여명, 중국인 600여명 등도 피해를 입었다.
박 회장 등 마이닝맥스와 계열사 임원들은 미국과 캐나다 국적인 일명 ‘검은 머리 외국인’이었다. 이들은 “1대에 400만원짜리 채굴기를 구매하면 한달에 이더리움 2, 3개를 얻어 6개월 내에 원금회수가 가능하고 고수익을 낼 수 있다. 채굴되는 이더리움 양은 매일 프로그램을 통해 확인이 가능하다”고 투자자를 속였다.
마이닝맥스는 채굴기 판매대수에 따라 1~5스타로 등급을 나눠 수당을 지급하는 다단계 수법으로 투자자를 모집했다. 최상위 투자자인 5스타(7명)에게는 최대 40억원을 수당으로 줬다. 4스타(37명)도 많게는 12억8,000만원 수당을 지급했다. 별도로 실적 우수자에게는 벤츠 승용차, 롤렉스 시계, 금목걸이 등을 제공했다. 투자자를 끌어 모으기 위해 올해 6월 하와이, 8월 국내 5성급호텔, 11월 라스베이거스 등지에서 호화 워크숍도 열었다. 가수 박씨는 계열사를 직접 운영하며 행사장 등에서 가상화폐 채굴기 투자 유치를 위한 홍보활동을 하고 회삿돈 4억5,000만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마이닝맥스는 시중에서 거래가 되지 않는 가짜 가상화폐를 만들어 투자자들에게 지급한 이더리움과 교환하는 수법으로 40억원을 챙겨 피해자들을 두번 울렸다. 또 채굴기 판매대금과 채굴한 가상화폐, 가로챈 돈으로 구입한 가상화폐를 해외 계좌로 받거나 이전해 자금 추적을 어렵게 하기도 했다. 박 회장은 검찰 수사가 시작되기 전인 올해 여름 미국으로 도주했고 같은 혐의를 받는 마이닝맥스 부회장(60)도 캐나다로 출국한 상태다.
검찰 관계자는 “주범들은 도피한 나라에서 현재까지도 계속 범행하고 있어 피해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라며 “피해자가 다수인 다단계 사기도 범죄수익 몰수ㆍ추징을 위한 보전 조치가 가능하도록 특례 규정을 신설해 피해 회복이 가능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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