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군 가거도 서쪽 해역 침범
中정부 “과격한 수단” 적반하장
집단으로 우리 해역을 침범해 불법 조업에 나선 중국 어선이 해경 경비함정의 사격을 받고 달아났다.
20일 서해지방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전날 오전 9시 15분쯤 전남 신안군 가거도 서쪽 해상 48해리(89㎞)에서 중국어선 44척이 떼를 지어 우리 해역을 침범했다. 이 어선들은 해경의 경고 방송에도 우리 배타적 경제수역(EEZ) 내 5해리(약 9km) 해상까지 들어왔고 쇠창살과 철망이 설치된 이들 어선 중 6척이 목포해경소속 1508 경비함정으로 갑자기 돌진하자 서해해경청 기동단대는 위협 사격을 가했다.
중국어선들은 날씨가 흐리고 파도가 높이 3m에 이르는 등 기상 악화 상황을 이용해 해경의 경고를 무시하고 산발적으로 흩어질 뿐 퇴거 명령에 응하지 않았다.
이날 해경은 오후 2시43분까지 3,000톤급, 1,500톤급, 1,000톤급 등 경비함정 4척을 동원해 개인화기인 K2 소총 21발과 공용화기인 M-60 기관총 180발, 비살상 무기인 12게이지(스펀지탄) 48발을 발사했다. 해경이 공용화기까지 동원해 위협하자 중국어선은 5시간 넘어서야 우리 해역에서 달아났다.
도주한 중국어선들의 피해 상황은 확인되지 않았고 해경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해해경청이 관할하는 전남ㆍ북, 충남 해역에서 중국어선 단속 도중 공용화기를 사용한 것은 지난 2월 이후 두 번째다. 해경은 지난 2월 16일 밤 가거도 남서쪽 74km 해상에서 선체에 철망과 쇠창살을 설치한 중국어선 30여척을 단속하던 중 나포된 어선을 탈취하려던 중국어선들을 향해 M-60 공용화기 900여발을 발사했다.
서해해경청 관계자는 “해양경비법에는 흉기 등 위험한 물건을 사용해 경비세력을 공격한 때에 개인화기 외에 공용화기를 쓸 수 있다”며 “앞으로도 우리해역에서 불법을 일삼고 흉기로 위협할 때는 적극 대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같은 불법 조업 중국 어선에 대한 해경의 경고 사격 사실이 알려진 20일 중국 정부는 “과격한 수단을 사용하지 말라“는 적반하장 식 대응을 내놓았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전날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 행태에 대해 “중국은 관련 해역에서 어로관리 업무를 고도로 중시하고 있으며 어업질서 유지ㆍ보호를 위해 효과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화 대변인은 이어 “한국이 관련 문제를 적절히 처리하고 법 집행 과정에서 선원들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과격한 수단을 동원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어민들의 안전과 합법적 권익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이 중국과 소통을 강화해 관련 해역에서 공동으로 어로질서 유지에 나서기를 바란다”고도 덧붙였다.
목포=박경우 기자 gwpark@hankookilbo.com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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