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을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압박에 팔을 걷어부쳤다. 틸러슨 장관은 지난달 말 예고했던 한국전쟁 참전국을 주축으로 한 대북 국제회의를 내년 1월 캐나다 밴쿠버에서 개최키로 해 국제적 연대에 속도를 냈다. 특히 ‘밴쿠버 그룹’이란 명칭이 붙여진 이 회의가 대북 압박과 동시에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외교적 노력의 일환으로 소집돼 역할이 주목된다.
틸러슨 장관과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캐나다 외교장관은 19일(현지시간) 캐나다 오타와에서 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내년 1월 16일 밴쿠버에서 북한의 핵ㆍ미사일 개발에 반대하는 국제사회의 연대를 보여주기 위한 외교장관 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국전쟁 참전국에 덧붙여 한국 일본 인도 스웨덴 등 총 19개국이 이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틸러슨 장관은 이 회의를 ‘밴쿠버 그룹’으로 지칭하며 “우리는 '당신(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국제 공동체의 단합된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길을 계속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알아야 할 중요한 것은 핵무기를 포기하고 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허용할 때까지 이러한 (대북) 압박 캠페인이 약해지지 않을 것이고, 우리가 결코 후퇴하지 않을 것이며, 시간이 지날수록 더 강력해지기만 할 뿐이라는 사실"이라고 경고했다. “북한이 대화할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면 우리는 대화할 수 없다”고 한 그는 이 같은 대북 압박이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을 위한 것이란 점도 분명히 했다. 틸러슨 장관은 “이 모든 것이 대화로 이어지기 위해 의도됐다”라며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이런 게 필요 없을 것이다. 곧바로 군사옵션으로 가면 될 것이다”고 말했다.
틸러슨 장관은 북한과의 대화를 둘러싼 백악관의 엇박자에 대해선 “백악관은 북한이 대화에 대한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고 본다”라며 “백악관도 외교적 대화를 지지하고 있다. 우리는 북한이 그 같은 결론에 도달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때까지 우리는 압박을 강화할 것이다”고 말했다. 공동주최국인 캐나다의 프릴랜드 장관은 “북한이 평화롭고 번영하는 미래로 나아 가도록 하는 외교적 노력을 증진하기 위해 이 회의를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캐나다 매체인 CBC뉴스는 캐나다는 이번 회의를 과거 6자회담처럼 외교적 대화에 시동을 거는 계기로 삼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이 같은 외교적 노력의 실패를 대비한 강경한 목소리도 백악관에선 계속 나오고 있다. 그간 외교 실패시 군사 옵션을 거론해왔던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CBS 방송에 출연해 “우리는 (북한 핵무장) 위험을 참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해법이 평화적이기를 원하지만, 모든 옵션은 테이블에 있다”며 “필요하다면, 북한 정권의 협조 없이 북한의 비핵화를 강제할 준비를 해야한다”고 군사옵션을 다시 시사했다.
미국의 북한에 대한 실질적인 압박도 이어졌다. 백악관은 이날 올해 세계 주요 네트워크를 마비시켰던 워너크라이 사이버 공격의 배후로 북한을 공식 지명했다. 토머스 보서트 백악관 국토안보보좌관은 기자회견에서 랜섬웨어 공격이 북한 정권의 지시로 이뤄졌음을 분명히 하면서 “북한이 사이버상에서 나쁜 행위를 멈추지 않으면 트럼프 대통령이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미국이 최근 중국에 보다 강력한 대북제재를 요구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초안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현재 200만배럴로 제한된 원유 정제품 공급을 더 줄이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또 유엔총회는 이날 2005년 이래 계속 채택해 온 북한인권결의안을 표결 없이 채택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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