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전문매체 도도는 학대로 얼굴이 비뚤어진 채 살아가야 하는 개를 반려견으로 입양한 수의사의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생후 4개월 된 강아지 '스퀴시'(Squish)는 거리를 떠돌다 2016년 4월 발견돼 미국 오하이오주에 있는 ‘쿠야호가 동물보호소’(Cuyahoga County Animal Shelter)로 보내졌습니다. 스퀴시의 모습을 본 보호소 직원들은 할 말을 잃었습니다. 겉으로만 봐도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졌기 때문이었습니다.
스퀴시를 진찰한 수의사는 처음에는 스퀴시가 다른 동물에게 물린 상처에 감염돼 얼굴이 일그러졌다고 진단했습니다. 스퀴시는 간신히 입을 벌리고 혀를 내밀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치료 초기에는 얼굴의 붓기도 가라앉는 등 상태가 나아지는 것처럼 보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얼굴이 함몰됐고 점점 턱을 벌리는 것도 힘들어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식사도 제대로 할 수 없어 체중이 줄어들기 시작했죠. 이 모습을 지켜본 보호소 직원들은 스퀴시가 더 고통을 받지 않도록 6월에 안락사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보호소 수의사는 안락사 결정을 내리기 전에 최신 의료 설비가 갖춰진 동물병원으로 스퀴시를 데려가 제대로 검진을 받아보기로 했습니다. 동물병원의 CT촬영을 통해 스퀴시의 상태를 정확히 알아낼 수 있었는데 그 상태는 매우 충격적이었습니다. 스퀴시의 두개골과 오른쪽 턱에는 심각한 골절이 있었고, 오른쪽 눈을 지탱해주는 뼈마저 으스러져 함몰된 상태였습니다. 턱 주위에는 복합적인 골절과 흉터가 있었고 이 흉터가 턱이 성장하는 것을 방해해 스퀴시는 점점 더 입을 열기 힘들어진 것이었습니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해 볼 때 동물병원 측은 스퀴시의 얼굴이 변형된 이유는 감염증이 아니라 둔기로 얼굴을 여러 번 맞은 것이 원인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스퀴시의 상태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광범위한 수술과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스퀴시의 수술비용을 부담할 입양자를 찾을 가능성은 매우 낮았습니다. 결국 보호소 측은 눈물을 머금고 스퀴시를 안락사 목록에 올렸습니다.
그러나 스퀴시는 보호소로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안락사를 당하지도 않았지요. 스퀴시를 입양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바로 동물병원에서 인턴 수의사로 일하던 다니엘 보이드 씨였습니다. 보이드 수의사는 스퀴시를 진찰실로 옮기다 스퀴시의 커다란 갈색 눈동자와 눈을 마주쳤고 그 순간부터 스퀴시에게 빠져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스퀴시를 이동장에서 잠시라도 자유롭게 해 주고 싶어서 집으로 데려왔습니다. 편안한 집에서 스퀴시는 보이드 수의사의 팔을 베고 잠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잠을 잘 수 없었습니다. 이것이 스퀴시가 사람과 함께 보내는 마지막 밤일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고민 끝에 아침이 밝았고, 그는 스퀴시의 입양을 결정했습니다.
보이드 수의사는 수의학 레지던트 과정을 위해 텍사스로 이사해야 했습니다. 그 사이에 그는 스퀴시의 일부 치료를 해주고 싶었고 동료 수의사인 헬드만(Heldmann) 씨의 도움을 받아 스퀴시의 입을 벌릴 수 있는 수술을 진행했습니다. 수술 후 며칠 만에 스퀴시는 퍼푸치노를 즐겼다고 하네요.
그리고 마침내 보이드 수의사가 텍사스 주로 이사하는 날이 됐습니다. 수술 후 얼마 되지 않아 장거리 여행을 해야 했지만 스퀴시는 전혀 불편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텍사스로 간 뒤에는 다시 수술을 받아야 했습니다. 이 수술로 스퀴시는 눈을 적출해야 했지만 수술 뒤 스퀴시는 테니스공을 입으로 집어들 만큼 회복했습니다. 보이드 수의사는 그 모습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고 하네요. 그는 훌륭한 수의사들 덕분에 스퀴시가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면서 감사의 인사를 전했습니다.
어쩌면 둘의 만남은 운명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당시 보이드 수의사는 자신의 영혼의 반쪽과도 같은 열 네 살 반려견을 무지개다리 너머로 떠나 보냈는데 놀랍게도 그 주에 스퀴시가 보호소에 옮겨졌던 것입니다. 이를 보이드 수의사는 나중에야 알게 됐다고 하네요. 스퀴시에게 보이드 수의사가 필요했던 것처럼 그에게도 깊은 슬픔을 위로해줄 스퀴시가 필요했던 것입니다.
최근 스퀴시는 보이드 수의사가 근무하는 동물병원의 마스코트가 됐다고 합니다. 특히 반려동물의 눈을 적출해야 하는 반려인들에게 스퀴시는 한쪽 눈으로도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하네요. 여기에 더해 스퀴시는 지금 치료견(Therapy dog)이 되기 위해 자격증 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보이드 수의사는 스퀴시가 아이들을 미소짓게 하고 장애가 있어도 얼마든지 훌륭한 삶을 살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한희숙 번역가 pullkk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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