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주도 동맹군과 전쟁 중인 예멘의 후티 반군이 19일(현지시간) 사우디 수도 리야드의 왕궁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사우디 국영 알아라비야 방송이 보도했다. 미사일은 발사 직후 사우디 군에 의해 요격돼 인적ㆍ물적 피해는 없었으나, 공격 대상이 살만 국왕이 외국 귀빈을 맞거나 종종 공관으로 이용하는 야마마 궁이어서 충돌이 더욱 격화할 전망이다.
알아라비야와 AFP통신 등은 살만 국왕이 야마마 궁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발표하기 직전인 이날 오후 1시50분쯤 큰 폭음이 들렸다고 보도했다. 요격 당시 살만 국왕은 야마마 왕궁에서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후티 측이 운영하는 알마시라TV도 “사우디 정권의 지도부 회의가 열린 리야드의 야마마 궁을 겨냥했다”면서 “이번 미사일 발사는 사우디에 대한 항쟁의 새 장을 열 것”이라고 주장했다.
후티 반군의 대변인 격인 모하마드 압둘-살람은 트위터를 통해 발사된 미사일이 ‘부르칸(화산) H-2‘ 탄도미사일이라고 확인했다. 부르칸 H-2는 구소련 스커드 미사일을 개조한 중ㆍ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사거리는 900㎞ 이상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달 4일 후티 반군이 리야드의 킹칼리드 공항 부근을 겨냥해 발사한 탄도미사일 역시 부르칸-H2로 추정된다.
이번 미사일 발사로 인한 피해는 없었지만 살만 국왕이 궁궐에 있던 시각에 맞춰 타격이 시도된 만큼 사우디의 초강경 대응이 예상된다. 사우디가 후티의 배후를 이란으로 기정사실화하는 만큼 이미 고도로 경색된 이란과 관계가 더욱 첨예해질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군은 지난달에 이어 이번 미사일도 “이란-후티의 미사일”이라고 밝혔다. 국영 SPA통신도 ‘이란제 미사일’이라고 보도해 이란과 연관성을 부각했다.
한편 이날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UNOHCHR)은 최근 사우디 동맹군의 공습이 강화되면서 예멘에서 열흘간 최소 136명의 민간인이 숨졌다고 밝혔다. 루퍼트 콜빌 UNOHCHR 대변인은 이달 6~16일 예멘 수도 사나와 사다 등 5개 지역에서 이뤄진 공습으로 136명이 숨지고 87명이 다쳤다면서 “사우디 동맹군의 강화된 공습 때문에 민간인 희생이 늘어나는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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