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송신도 할머니가 지난 16일 향년 95세로 별세했다. 올해에만 위안부 할머니 8명이 세상을 등졌으며, 송 할머니 별세로 정부에 등록된 생존 위안부 피해자는 32명으로 줄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는 “일본에 살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송 할머니가 지난 16일 오후 2시 도쿄에서 노환으로 생을 마감했다”고 19일 밝혔다. 송 할머니는 외국에 거주하는 마지막 위안부 피해 생존자였다.
정대협에 따르면 1922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난 송 할머니는 16세였던 1938년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간 이후 중국 중부 무창, 한구, 악주 등에서 7년간 고초를 겪어야 했다. 원하지 않는 남성과의 결혼을 망설이던 중 우연히 만난 여성으로부터 “결혼 안 해도 살 수 있는 곳이 있다”는 말을 듣고 따라나선 게 화근이었다.
해방 이후 갈 곳이 없던 송 할머니는 “결혼하고 일본으로 가자”는 일본 군인 말에 속아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도착하자마자 버림 받았고 이후 재일 한국인 남성을 만나 일본 생활을 시작했다.
송 할머니는 일본에 사는 한국인 위안부 피해자로는 유일하게 일본 정부를 상대로 사죄와 배상을 청구하는 법적 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1991년 위안부 피해를 최초로 증언한 김학순 할머니를 보고 용기를 낸 것이다. 1993년 소송을 제기해 10년간 법정에서 싸웠지만 2003년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패소 확정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투쟁 과정에서 “다시는 전쟁을 해선 안 된다”는 송 할머니의 호소는 많은 사람에게 울림을 주었고 10년에 걸친 소송 과정은 2007년 공개된 다큐멘터리 영화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에 고스란히 담겼다.
송 할머니는 지난달 ‘세계 여성폭력 추방의 날’을 맞아 정의기억재단으로부터 ‘여성인권상’을 받았으며 당시 받은 상금 1억원을 다시 재단에 기부하기도 했다. 정대협 관계자는 “일본에서 송 할머니와 함께 했던 ‘재일조선인위안부재판을 지원하는 모임’이 서거 소식을 전해 왔고 장례식도 이 모임에서 비공개로 진행했다”며 “정대협은 내년 2월 별도로 송 할머니를 보내는 모임을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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