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공세로 정세 격화 책임 전가 의도
일관성 없는 간판에 흥미 느끼지 않는다”
북한이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의 ‘전제조건 없는 대북 대화’ 발언에 대해 “못 믿겠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비핵화’로 의제가 제한된 협상은 수용할 수 없다는 의지의 피력으로 해석된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9일 ‘우리의 핵 억제력은 흥정물로 될 수 없다’라는 제목의 개인 명의 논평에서 “틸러슨의 전제조건 없는 대화 타령과 그에 대한 백악관의 행태를 보면 대화 공세로 조선반도(한반도) 정세 격화의 책임을 우리에게 떠넘기고 우리가 핵 포기를 논하는 대화에 응하지 않는 경우 해상봉쇄와 같은 극단적인 내용을 담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조선(대북) 제재 결의를 조작하기 위한 사전포석을 깔아놓으려는 시도로밖에 달리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쪽으로는 우리 국가의 완전 파괴를 떠벌이고 다른 한쪽으로는 우리와의 전제조건없는 대화를 운운하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의 압박과 관여’ 정책의 구체적 발현이며 우리를 최대로 압박하여 핵 포기 회담탁(회담테이블)에 끌어내자는 것”이라며 “내부 조정도 바로 하지 못하여 국제사회의 조소거리로 되고 있는 미국이 일관성이 없이 내붙였다 떼곤 하는 대화 간판에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가 일관하게 주장해온 것처럼 조미(북미) 사이의 문제 해결을 위한 방도는 미국이 우리를 적으로 규정한 극악한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하루빨리 걷어치우는 것이며 핵을 보유한 우리 국가와 평화적으로 공존하는데 있다”며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과 핵 위협이 근원적으로 청산되지 않는 한 그 어떤 경우에도 핵과 탄도로켓을 협상탁에 올려놓지 않을 것이며 이미 선택한 핵무력 강화의 길에서 한치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는 우리 공화국의 입장에는 조금도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북한의 이런 반응을 액면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 얘기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비핵화만을 위한 회담은 할 수 없다는 게 북한의 입장”이라며 “의제가 조율될 수 있다면 회담에 나설 의지가 있다는 데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틸러슨 국무장관은 12일(현지시간) ‘전제조건 없는 첫 만남’이라는 파격적 대북 대화 제안을 내놨다가 사흘 뒤 ‘북한 도발의 지속적인 중단’을 북핵 대화 시작의 전제로 내걸며 후퇴하는 모습을 보였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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