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입각 전에는 예산 낭비를 지적해온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장관이 해외순방이 잦은 외무장관을 위해 전용기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해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과거 외무장관 취임 이전엔 정부의 공적개발원조(ODA)나 방만한 재외공관 운영을 ‘혈세낭비’로 지적하면서 관련 예산 감축을 주장하더니 뜬금없이 전용기를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19일 요미우리(讀賣)신문 등에 따르면 고노 장관은 전날 자민당 외교부회에 참석해 전용기 도입을 위한 예산 확보를 요청했다. 또 재무성에서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와 만난 자리에서도 같은 입장을 전달했다. 그는 해외에서 회담 상대가 식사 등에 초대해도 민간 항공기 탑승시간을 이유로 거절해야 했던 에피소드들을 소개하며 “밤에는 공항에서 4시간씩 기다리기도 한다. 작아도 좋고, 중고라도 상관없다”고 전용기 구입을 호소했다. 일본에서 왕족이나 총리는 정부 전용기로 움직이지만, 외무장관은 민간항공기를 이용하고 있다.
후보기종으론 미국 걸프스트림이 제작한 개인용 제트기 ‘650ER’(최대 19석)을 꼽았다. 고노 장관은 “650ER이라면 미국 동해안까지 급유없이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650ER의 대당 가격은 약 80억엔(약 772억원)으로 알려졌다. 당시 자민당 회의 참석자가 미쓰비시중공업의 자회사인 미쓰비시항공기가 제작한 제트여객기 MRJ를 추천하자 고노 장관이 항속거리를 이유로 난색을 표했다고 산케이(産經)신문은 전했다. 일본 언론은 그가 “전용기를 달라고 졸랐다”고 표현했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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