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협, 비대위 철수 ‘독자 노선’
개원의 주축 의협 강력 반발
진료행위 달라 의료수가 이견
의료계 예견된 내부균열 조짐
병원들의 연합체인 대한병원협회가 ‘문재인 케어’와 관련해 대한의사협회와 별도로 보건복지부와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다. 개원의들이 주축이 된 의협이 강력 반발하는 등 의료계 내부 균열이 생기는 양상이다.
병협은 18일 의협 비상대책위원회에 공문을 보내 지금까지는 비대위에 병협 대표를 파견해 ‘문재인 케어’ 대응에 동참해 왔지만, 정부와의 협상이 시작된 만큼 병협이 별도 협상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향후 협상에서 독자 노선을 걷겠다고 선언을 한 것이다.
이에 의협 비대위는 19일 보도자료를 내고 “단일 대화 창구를 깨는 것에 반대한다”며 “복지부가 병협과 개별 협상에 나선다면 중대 결심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협 이동욱 비대위 사무총장은 “비대위가 의료계를 대표해 복지부와 ‘문재인 케어’ 협상을 해야 한다”며 “병협이 이제 와서 독자적으로 협상을 하겠다는 것은 이율배반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중대 결심’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병협측은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병협 관계자는 “비대위에 협조 차원에서 2명을 보냈던 것이지 의협 비대위에 전권을 위임한 것이 아니다”며 “원래부터 병협은 다른 안건에 있어서도 별도로 협상을 해왔다”고 말했다. 의협 비대위에 보낸 2명도 철수시켰다. 이 관계자는 이어 “문재인 케어에 대해서는 입장을 정한 바 없지만 대통령이 적정수가를 반영하겠다고 하니 얘기해 보자는 것”이라며 “의협 비대위가 ‘중대결심’ 운운하지만 상관없이 우리는 복지부와 독자로 협의하겠다”고 덧붙였다.
경증 환자 위주인 동네의원과, 중증환자 위주인 종합병원ㆍ상급종합병원들은 의료행위 자체가 전혀 다른 경우가 많아 의료수가 협상에서 주도권 다툼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다. 의협 비대위는 ‘문재인 케어’로 건강보험 보장성이 강화되고 환자의 의료비가 적게 들면, 환자들이 대형병원으로 쏠릴 위험이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1차 의료(의원급) 강화 대책을 촉구하는 상황이다. 반면, 18일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 병협 측 토론자는 의료 강화 등의 대책에 병협이 소외되고 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에 따라 ‘문재인 케어’ 협상은 정부-의협, 정부-병협의 투트랙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커졌다. 복지부 관계자도 “병협이 따로 대화하자고 하면 안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cjkim@hankookilbo.com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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