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진청, 지난 6일 니카라과에
벼, 토마토 등 재배기술 전수
세계 20곳 ‘코피아센터’ 설립
농진청 “외교부 등과 협력해
공적개발원조사업 핵심 육성”
중앙아메리카의 소국 니카라과는 국내총생산(GDPㆍ137억달러)의 20%를 농업이 차지하고, 전체 인구(602만명)의 40%가 농촌에 거주하는 농업중심국가다. 경제가 농업에 크게 의존하고 있지만 정작 먹을 것이 부족하다는 게 이 빈국의 역설이다. 식량 자급률이 낮은데다 식품 가공기술이 발달하지 않아 공급이 늘 모자란 게 현실이다. 최근 옥수수, 조 대신 쌀 소비가 늘고 있긴 하지만 제대로 된 벼 품종을 골라 길러내는 영농 기술도 없다. 이러한 소식을 접하게 된 농촌진흥청은 1970년대 우리 국민들을 배고픔에서 구한 통일벼처럼 ‘니카라과판 통일벼’ 개발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이를 위해 벼, 토마토, 파프리카 등 주요 작물들의 재배 기술을 니카라과에 전수하며 거점 역할을 할 해외농업기술개발사업(KOPIAㆍ코피아) 센터가 지난 6일 수도 마나과에서 문을 열었다.
19일 농진청에 따르면 이처럼 KOPIA센터가 진출한 나라는 이미 아시아 9개국, 아프리카 6개국, 중남미 5개국 등 전 세계 20곳에 이른다. 우리나라는 200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에 가입한 뒤 공적개발원조(ODA)를 확대하고 있다. 이 중 농업 분야 ODA는 한국전쟁 후 식량을 원조 받던 수여국에서 공여국으로 전환했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적잖다. 농진청은 우수한 농업 기술을 개도국에 전파하기 위해 2009년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케냐, 파라과이에 처음으로 KOPIA센터를 설립했다. 내년에는 가나에 21번째 KOPIA센터를 연다.
가장 먼저 진출한 4곳 중 파라과이는 참깨 재배농의 소득 향상을 이끈 성공 사례로 꼽힌다. KOPIA센터와 파라과이 연구기관이 협력해 현지 토양에 적합한 참깨 신품종(IPTA-KO-7)을 개발했고, 정식 품종으로 등록되는 결실도 맺었다. 파라과이 내에서 이 품종을 키우는 농가와 면적은 지난해 200곳, 300ha에서 내년 600농가, 6000ha로 확대될 전망이다. 농진청은 올해 참깨 신품종이 ha당 825㎏ 가량 생산돼, 종전 품종 대비 생산성이 37.5%나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케냐 KOPIA센터는 기술 전수와 교육 프로그램을 연계해 미래의 농업인을 키우며 기아 문제도 해결하고 있다. 센터 인근 공립학교인 카뎅와학교의 초등학생들을 위해 실습농장을 조성하고 직접 농작물을 재배해 수확할 수 있도록 했다. 씨 뿌리기, 비료 주기, 수확 등 작물재배의 기본과 토종닭 사육법 등도 함께 가르쳤다. 이후 옥수수, 양배추, 콩 등 학생들이 직접 기른 20톤의 작물은 각 가정에 식량으로 배급됐다. 센터는 1,700명에 가까운 학생들이 단체 견학을 다녀간 지역 명소로 자리잡았다.
농진청은 각 지역 맞춤형 기술 개발, 시범농가ㆍ마을 조성에 그치지 않고 KOPIA센터를 대규모 ODA사업의 핵심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규성 농진청 기술협력국장은 “그동안 KOPIA센터가 농업 관련 기술 개발 등에 집중해 왔다면 앞으로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 농림축산식품부, 외교부 등과 협력해 대규모 ODA 프로그램의 중추 역할을 하는 데에 더 힘을 쏟을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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