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가 베어진 자리에 동백꽃이 떨어졌다. 대나무의 푸른 정절을 추모라도 하는 듯 내려 앉은 붉은 동백꽃이 애절하다. 하지만 이 곳의 실체는 동백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대나무가 잘려나간 벌목 현장이다. 원시림을 이룬 동백나무로 유명한 경남 거제시 지심도. 너무나도 잘 자라나는 대나무가 ‘동백을 망치는 주범’으로 낙인 찍혔다. 그러거나 말거나 대나무는 튼튼한 뿌리를 동서남북으로 확장 한다. 지조의 대나무와 정열의 동백꽃이 함께 있는 조금은 어색한 풍경에 숨겨진 절절한 사연은 ‘생존하는 방법’ 이다. 2017.12.18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빽빽하게 자라는 지심도 대나무. 신상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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