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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의사라던 카톡 연인, 알고 보니 ‘로맨스 스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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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의사라던 카톡 연인, 알고 보니 ‘로맨스 스캠’

입력
2017.12.18 17:24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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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기 수출 세관 문제”

8차례 걸쳐 7700만원 등쳐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이혼 여성인 회사원 A(54)씨는 9월 미국에 거주하는 낯선 이로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카카오톡(카톡) 메시지를 받았다. 57세 미국인 정형외과 의사라고 소개한 그는 카카오스토리를 보고 친구로 지내고 싶어 연락했다고 운을 뗐다. 이후 매일 카톡을 하면서 둘은 급속도로 친해졌다. 아내와 사별했다는 그는 A씨에게 사랑의 말들을 쏟아냈고 결혼 얘기까지 자연스레 오갔다.

열흘째 되던 날 남성이 A씨에게 고민을 털어놨다. 말레이시아에 의료기기 20억원어치를 수출하던 중 세관 통과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 “700달러(약 76만원)만 있으면 해결된다”고 은근슬쩍 돈을 요구했다. A씨는 흔쾌히 승낙하고 특정 계좌가 필요 없는 해외 특별송금 서비스로 돈을 보냈다. 이번 문제만 해결되면 결혼할 수 있겠다는 믿음이 컸다.

빈틈을 보이자 둑이 무너지듯 남성의 요구는 끝이 없었다. 계속해서 돈이 필요하다고 했고, A씨는 빚까지 내 돈을 보내줬다. 한달 7차례에 걸쳐 남성에게 송금된 돈은 5만2,000달러(약 5,700만원). 급기야 해외송금 제한에 걸려 돈을 더 이상 보낼 수 없는 지경에 놓였다. 남성은 “직원을 한국으로 보낼 테니 1만5,000달러(약 1,600만원)를 주면 된다”고 했다. 실제 남성 병원 직원이라고 소개한 미국인 B(34)씨가 찾아왔고, A씨는 그를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만나 또 돈을 건넸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찜찜했다. 남성은 백인 직원이라고 했는데 B씨는 흑인이었던 데다, 행색과 말투도 영 의심스러웠다. A씨는 결국 서울 중부경찰서를 찾았다. 경찰 조사 결과, A씨에게 돈을 요구한 남성은 SNS 등으로 혼인을 약속하고 돈을 받아 가로채는 전형적인 ‘로맨스 스캠(Romance Scam)’ 사기범이었다.

B씨를 체포한 경찰은 이후에도 문제의 남성이 A씨에게 돈을 받아오라고 한국으로 보낸 미국인 C(36)씨와 독일인 D(57)씨를 5일과 9일 용산구 이태원동 한 호텔에서 붙잡은 뒤 모두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 관계자는 “B씨 등이 지목한 남성에 대해 신원 파악 등 행방을 쫓고 있다”고 말했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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