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예비특보조차 안 내려
출근 차량 속도 못내 제자리
빙판길 접촉사고도 잇달아
대중교통도 “1시간이나 지각”
기상청 “눈구름 서울서만 정체”
게릴라성 폭설 전혀 예측 못해
18일 중부지역에 많은 눈이 내리면서 서울뿐 아니라 경기동부, 강원영서 등에 대설특보가 발효됐다. 기상청은 서울에 눈이 4㎝ 쌓인 뒤에야 뒷북 대설주의보를 내렸고, 가뜩이나 교통량이 많은 월요일 아침에 폭설까지 겹치면서 직장인들은 지옥의 출근길을 겪어야 했다.
기상청이 서울에 올 겨울 첫 대설주의보를 내린 시각은 오전9시. 서울에는 이미 4.0㎝의 눈이 쌓인 상황이었다. 함께 대설주의보가 발령된 경기 동부 지역도 인천 2.8㎝, 동두천 5.6㎝, 수원 2.0㎝, 김포 2.5㎝ 등 2∼5㎝ 안팎의 적설량을 보였다. 대설주의보는 24시간 신적설(내린 눈 위에 또 쌓이는 눈)이 5㎝ 이상으로 예상될 때 발효되는데, 이미 5cm 안팎이 쌓인 상황이어서 때늦은 발효였다. 서울 대설주의보는 낮 12시30분을 기해 해제됐고 대설주의보가 내려진 3시간 30분 가량 서울에 추가로 내린 눈은 1cm 가량이었다.
전날 대설 예비특보가 있었던 경기동부와 강원영서와 달리 서울은 예비특보조차 없어 출근길 혼란이 더 컸다. 빙판길 위에서 차량들은 제 속도를 내지 못한 채 거북이 운행을 했고, 자가용 출근을 포기한 직장인들이 대중교통으로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서울 강남구 신논현역에서 광역버스를 타고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로 출근하는 회사원 조모(29)씨는 “3분 기다리면 오는 버스가 오늘은 30분 후에야 왔다”며 “버스로 이동하는 데도 평소보다 50분이 더 걸려 1시간을 지각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자가용을 끌고 나온 직장인들이 도로 위에서 2시간 이상 갇히는 일도 속출했다.
빙판길 접촉사고도 빈발했다. 오전 9시45분쯤 서울 광진구 자양동 잠실대교 북단에서 광역버스가 눈길에 미끄러지면서 승용차 두 대를 들이받는 3중 추돌 사고가 발생했고, 오전 10시쯤에는 서울 갈월동 버스정류장에서 시내버스가 앞에 가던 다른 시내버스 뒤를 들이받았다. 폭설로 인한 차 고장도 속출했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 삼성화재를 비롯한 4개 보험사의 차 고장 긴급출동 건수는 2만6,617건으로 평소에 비해 32.1% 많았다. 기상청 관계자는 “원래 눈구름대는 남동쪽으로 이동하는데 서해상에서 만들어진 띠처럼 얇은 눈구름이 서울에서만 2시간을 정체하면서 이 지역에만 많은 눈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눈구름이 마치 게릴라성 집중호우를 내리는 비구름처럼 좁게 만들어져, 서울 인근 지역에 고르게 눈을 뿌릴 것이란 예상이 빗나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예상 적설량 발표도 오락가락했다. 기상청은 이날 오전6시에는 서울과 경기서부, 충북북부의 적설량을 1~3㎝, 경기동부는 2~5㎝, 강원영서는 2~7㎝로 각각 예보했으나, 오전9시에는 서울과 경기, 강원영서의 예상 적설량을 2~7㎝으로 늘렸다. 기상청은 오후에 북쪽에 머무르고 있는 눈구름대가 밤사이 다시 남하해 중부지방에 눈을 뿌릴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또 눈구름이 빠져나간 뒤로 북쪽에서 강한 한기가 밀려들면서 19일 아침 서울의 기온이 영하 7도까지 떨어지는 등 추위가 매서워지겠다. 20, 21일 사이에는 서울에 또 다시 눈이 내릴 전망이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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