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돌며 ‘강연 정치’ 나설 듯
안희정 충남지사가 내년 6월 지방선거는 물론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도 불출마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향후 정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의도에 곧장 입성하는 대신 원외에서 전국 조직을 다지며 내년 8월 당 대표 출마로 직행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안 지사가 중앙정치 무대에 본격 진출할 경우 친문 일색인 더불어민주당 내 역학 관계에도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안 지사는 18일 충남도청에서 열린 송년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거취와 관련 “내년 6월까지 8년 간의 도정을 잘 마무리하고, 3선에는 도전하지 않겠다”며 “현재로서는 보궐선거 출마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재보궐 선거 출마 의사가 중간에 바뀔 수 있느냐’는 거듭된 질문에 안 지사는 “도지사 임기 법정기한인 6월 30일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당초 정치권에선 “중앙정치 경험이 필요하다”는 논리로 안 지사의 재보궐 선거 도전을 통한 국회 입성을 주문하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안 지사는 “임기 마지막 날까지 자리를 지키는 게 도민에 대한 예의”라며 임기 사수 의지를 강하게 피력해왔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안 지사가 충남지역 재보선에 출마하려면 선거일 전 120일까지, 충남 외 재보선에 출마할 경우에는 선거일 전 30일까지 도지사 직을 내려놔야 해 도지사 임기를 마치기로 한다면 재보선 출마는 어려운 상황이다.
안 지사와 가까운 민주당 의원은 “아직은 안희정의 의지대로 무엇을 결정한다기보다는 결국 당이 어떤 요청을 해오느냐, 그 부름에 따라 거취가 정해지는 흐름이 되지 않겠냐”며 “일단 상황을 지켜보며 때를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안 지사는 당분간 원외에 머물며 당 대표 선거 도전을 시작으로 차기 대권 정지 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 대선 경선 패배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취약한 당내 조직 기반을 밑바닥부터 다지는 데 집중할 것이란 관측이다. 안 지사 주변에선 전국을 돌며 지방분권 개헌과 정당개혁 등을 주제로 강연 정치에 나설 것이란 구상도 흘러 나온다.
본격적으로 중앙정치에 뛰어드는 안 지사가 친문 진영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도 관건이다. 안 지사는 지난 대선 경선부터 최근까지 친문 진영과 결이 다른 목소리를 내며 미묘한 긴장관계를 유지해왔다. 때문에 당 안팎에선 안희정의 등판으로 민주당 내 비문 진영이 결집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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