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 영향 커 책임전가 차원
“평창 참가, 김정은 결심만 남아”
한때 북한 정권의 2인자이자 군내 서열 1위로 평가됐던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소장(별 1개) 계급 아래로 강등됐다는 국책 연구기관의 분석이 제기됐다. 또 국가안전보위부장(우리 국가정보원장)을 맡아 ‘실세’로 부상했던 김원홍 총정치국 제1부국장은 농장에서 노역 중이라는 정보가 나왔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18일 연 기자간담회에서 이기동 연구원 북한체제연구실장은 “황병서는 상상 이상으로 심각한 강등 조치를 당해 현재 인민군 차수보다도 한참 아래의 군사 직책을 받고 모 부처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안다”며 ‘별을 뗐다고 봐도 되느냐’는 질문에 “무방하다”고 말했다. 황병서는 2014년 대장(별 4개)에서 원수 바로 아래 계급인 차수까지 승진한 바 있다. 김원홍에 대해서는 “농장에서 농장원으로 일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래는 엇갈렸다. 황병서와 관련해 이 실장은 “그간의 역할이나 조직지도부에서의 탁월한 경륜을 봤을 때 재기 가능성이 있다”고 점쳤지만, 김원홍에 대해서는 “애초 보위부장에서 잘릴 때도 부정부패 문제였는데 추가로 발견된 게 있는 것 같다. 재기가 어렵지 않겠냐”고 했다.
올해 초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상대로 한 허위 보고 혐의 등으로 해임돼 한 차례 혁명화 조치를 당했다가 4월 군 총정치국 부국장 직으로 복귀한 김원홍은 이번이 두 번째 혁명화다. 혁명화는 북한 최고 지도자의 지시를 이행하지 않거나 당 정책에 어긋나는 행동을 했을 경우 직책을 박탈하고 당 학교나 지방 공장ㆍ농장 등에서 사상 학습과 노동을 통해 재교육을 시키는 처벌이다.
국정원은 지난달 국회 정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북한 군 총정치국에 대한 검열이 진행돼 황병서 국장과 김원홍 1부국장 등 소속 장교들이 처벌됐다는 첩보가 입수됐다고 보고했지만 처벌 수위까지 공개하지는 않았다.
연구원은 “북한이 내년에도 군 고위 인사를 중심으로 권력 엘리트들의 숙청과 처벌을 계속할 것”이라며 “황병서와 김원홍 처벌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며 이 과정에서 군부의 불만이 팽배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연구원이 관측한 군부 다음 표적은 경제 관료들이다. 이 실장은 “대북 제재 영향으로 경제 상황이 크게 악화할 경우 책임 전가 차원에서 경제부문 엘리트들이 희생될 가능성이 있다”며 “오랫동안 내각 총리를 맡은 박봉주나 안정수 당 경제담당 부위원장이 목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연구원은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제기했다. 북한은 현재 올림픽 참가 여부에 대해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모호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으나 한반도 정세를 주시하다 한미연합 군사훈련이 연기되거나 축소되는지 여부를 보고 입장을 정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실장은 “현재로서는 참가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본다”며 “최근 북한이 나름대로 참가 준비를 마쳤고 김정은의 최종 결심만 남은 걸로 안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올 11월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국가올림픽위원회연합(ANOC) 총회에 북한이 김일국 체육상을 보낸 사실 등을 추측의 근거로 제시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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