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스턴 애스트로스/사진=휴스턴 트위터.
[한국스포츠경제 김정희] 여러 구단들이 과감하게 칼을 빼들었다.
오랫동안 팀의 중심을 잡았던 베테랑들에게 결별을 선언했다. 국내 최장수 외국인 선수 더스틴 니퍼트(36)가 7년을 함께 한 두산과 이별했고, LG에서 9년을 뛴 정성훈(37)도 구단의 냉정한 판단을 비껴가기 어려웠다. 겨울 한파에 불어 닥친 칼바람의 이름은 ‘리빌딩’이었다.
올 겨울 KBO리그에 리빌딩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하지만 과연 바람직한 일인지, 그리고 어떤 방향이 옳은지에 대해서는 구단과 선수, 팬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국내의 리빌딩은 야구 선진국 미국 메이저리그(MLB)의 사례와도 크게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MLB의 리빌딩은 한국보다 규모가 크고 장기간에 걸쳐 파격적으로 이뤄진다. 송재우(51) MBC스포츠 해설위원은 “한국과 미국 야구는 리빌딩 환경이 다르다”고 분석했다.
송 위원은 “미국의 리빌딩은 대대적인 판갈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구단들이 베테랑 몇몇을 쳐내면 큰 변화로 이슈가 되지만 미국은 더욱 파격적인 세대 교체를 단행하기도 한다. 특히 송 위원은 “미국의 구단들은 몇 년이 걸리든 투자를 하고 인내하는 시간을 갖는다”고 덧붙였다.
대표적인 사례가 휴스턴 애스트로스다. 올 시즌 창단 55년 만에 첫 월드시리즈 우승을 일궈낸 휴스턴은 최근 10년 간은 강팀이 아니었다. 하위권에 머물며 약체로 취급받아 왔으나 올 시즌 돌풍을 일으키며 2005년 이후 12년 만에 월드시리즈에 진출했고, LA 다저스를 상대로 한 월드시리즈에서 4승3패를 올려 우승 반지를 차지했다.
2011년부터 3년간은 리그 최하위였던 휴스턴은 최근 4~5년 동안 대대적인 리빌딩을 단행했다. ‘약팀’의 이미지를 벗기 위해 큰 그림을 그렸고, 2012년 팀의 연봉 상위 5명과 결별하고 젊은 선수들 육성에 힘썼다. 효과가 바로 나타나지는 않았다. 이듬해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로 재편성된 휴스턴은 여전히 51승에 그치며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투자’하고 인내했다. 투자는 말 그대로 투자였다. 당장 수확이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었다. 분명한 것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휴스턴 조지 스프링어가 월드시리즈 MVP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있다./사진=휴스턴 트위터.
2015년 드디어 돈과 시간, 사람에 대한 투자가 빛을 발했다. 휴스턴은 86승 76패를 올리며 10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2016년은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지만 올 시즌 유망주들이 대폭발하는 성과를 거뒀다.
올해 선발 라인업 1~4번 타순을 휴스턴 시스템 안에서 자란 젊은 선수들로 꾸렸다. 데뷔 3년 차인 카를로스 코레아(23)는 4번 자리를 꿰차 홈런을 쳐냈고, 3번 타순에서는 2011년부터 휴스턴의 리빌딩 폭풍을 견디고 살아남은 호세 알투베(27)가 중심을 지켰다. 4년차 조지 스프링어(28)와 2년차 알렉스 브레그먼(23)은 각각 1ㆍ2번에서 꾸준히 안타를 쳐냈다.
송 위원은 “미국은 선수층이 두껍다. 마이너리그도 루키부터 트리플A까지 수준이 다양하고 팀마다 단계별로 선수 자원이 풍부하기 때문에 리빌딩이 더 파격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풀이했다.
트레이드 시장도 활발하다. 송 위원은 “KBO리그 구단들은 거물급 선수들을 시장에 잘 내놓지 않는다. 반면 미국은 구단이 냉철하게 판단하고 팀 사정에 맞지 않으면 바로 시장에 내놓고 거래도 잘 이뤄진다”고 분석했다.
최근 KBO리그에도 ‘육성’ 바람이 불고 있다. 외부 FA(프리에이전트) 영입보다 내부 육성에 초점을 맞추는 구단이 늘었다. 송 위원은 “한국은 선수층이 얇은 게 안타깝다”며 “한국도 단순히 세대 교체에 그치지 않고 꾸준히 긴 시간을 들여 젊은 선수들을 강한 선수로 길러내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정희 기자 chu4@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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