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선거구 획정 전에 유권자에게 금품이나 음식을 제공한 행위를 ‘선거인 매수죄’로 처벌할 수 있다며 사건을 잇따라 하급심 법원으로 파기환송하고 있다. 선거구가 확실하게 정해지지 않은 시기라도 예비후보자가 출마할 지역에 선거인으로 등록될 가능성이 높은 사람에게도 매수죄가 적용된다는 취지다.
대법원 2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공직선거법상 사전선거운동과 선거인매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종태 전 새누리당 의원에게 벌금 8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8일 밝혔다. 원심에서 인정되지 않았던 선거인 매수죄를 추가로 인정해 더 무겁게 처벌하라는 취지다. 김 전 의원은 20대 총선 예비후보 등록 이전인 지난해 1월 유권자 9명에게 지지를 호소하며 15만원 상당의 식사를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선거인 매수죄는 반드시 선거구가 획정돼 있어야 하거나 유효한 선거구가 존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선거구가 획정되지 않은 기간의 선거인매수라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은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대법원 3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이달 초 선거구 획정 전 유권자들에게 음식을 대접한 임모(57)씨에게 선거인 매수죄를 적용해야 한다며 다시 재판하라고 사건을 돌려보냈다. 임씨는 지난해 2월 14일 20대 총선에 예비후보자로 등록한 친구를 지지해달라며 지역주민들에게 식당에서 61만원 상당의 갈비와 술을 산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선거구 미획정에 따른 혼란은 선거법 개정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서 빚어졌다. 헌법재판소는 2014년 10월 공직선거법상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표에 대해 2015년 12월31일까지만 한시적으로 적용하도록 하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지만, 국회는 이듬해 3월3일에야 선거법을 개정했다.
이에 따라 대검찰청은 선거구가 획정되지 않았던 지난해 1월1일~3월2일 발생한 금품제공 사건 중 아직 확정판결이 내려지지 않은 60여건에 대해 ‘선거인 매수죄’를 추가로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