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산부인과ㆍ대학병원
1심 판결 불복해 항소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받은 후 출혈이 멈추지 않아 뇌병변 장애를 입은 산모에게 병원이 수 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민사3부(부장 이태우)는 A(32ㆍ여)씨와 A씨의 남편이 인천의 한 산부인과와 대학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두 병원 모두 의료상 과실이 있다”고 보고, A씨에 대해 8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18일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임신 39주였던 A씨는 지난 2015년 6월3일 오전 11시쯤 양수가 비치는 등 출산이 임박하자 인천의 한 산부인과 병원에 입원했다. 병원은 분만촉진제인 옥시토신을 투여하고 유도분만을 시행했다.
하지만 태아의 심장박동 수가 1분당 80∼90회로 감소했다. 의료진은 출산 전 태반이 떨어지는 태반조기박리가 의심되는 응급상황이 발생하자, 보호자 동의를 받아 오후 7시35분쯤 응급 제왕절개수술을 시행했다.
22분 만에 출산은 성공했지만, 산모에게서 혈뇨 증상이 발견됐다. 1,200㏄가량의 출혈이 발생했으나 산부인과는 수혈에 필요한 혈액을 준비하지 않는 바람에 산모에게 제대로 조치를 못 했다. 산부인과의 전원 조치로 A씨는 분만 후 약 1시간25분이 지나서야(오후 9시25분쯤) 인근 대학병원으로 옮겨졌다.
대학병원의 조치도 미흡했다. 오후 10시50분쯤 A씨에 대한 복부ㆍ골반 CT 촬영 판독결과, 자궁동맥 출혈에 의한 자궁 내 및 자궁 주위에 피가 고여있는 현상을 확인하고도 4시간10분이 지난 다음날(6월 4일) 오전 3시에서야 혈관조영술 및 색전술을 시행한 것이다. A씨는 이후 심정지가 발생, 체외막산소공급장치 시술을 받고서 오후 9시쯤 서울의 다른 대학병원으로 이송됐다.
출산 전 컴퓨터프로그래머로 일했던 A씨는 이 때문에 뇌병변 3급 장애를 얻었고, 현재는 퇴사하고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재판부는 ▦산부인과의 응급 제왕절개 수술과정과 ▦대학병원으로 전원 조치하는 사후적인 과정 ▦출혈을 막기 위한 대학병원의 조치과정에서 각각 과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산부인과에 대해 “A씨의 좌측 외음부 동맥은 제왕절개 수술과정에서 흔히 손상되는 혈관이 아닌데도 손상됐다”며 의료과실을 인정했다. 또 수혈이 필요한데도 혈액을 준비하지 않았고 전원 조치도 늦었다고 판시했다. 대학병원에 대해서는 “환자의 자궁동맥 등 혈관으로부터 출혈이 발생한 사실을 알 수 있었는데도 즉시 출혈을 멈추기 위한 조처를 하지 못한 의료과실이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다만 “산모에게서 태반조기박리, 자궁근무력증, 양수 색전증이 나타났던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 요인이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점, 현재 의학 수준에서 위 증상의 발생을 예측하기가 불가능한 점” 등을 들어 산부인과의 배상 책임을 70%, 대학병원 60%로 제한했다.
두 병원은 1심 판결에 불복, 항소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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