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경찰 모임 장신중 센터장
“기자들이 경호원칙 무시해”
조기숙 이어 사실과 다른 주장
“외교성과 망가뜨려” 징계 요구도
정치편향 네티즌 억지 주장 난무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 도중 발생한 중국 경호원 한국 기자 폭행 사건과 관련해 무분별한 억측과 주장이 인터넷 공간에 난무하고 있다. 정치 편향성을 가진 극렬 네티즌은 사건 과정, 경위에 의문을 제기하던 수준을 넘어 무책임한 주장을 마구 늘어놓고, 여기에 일부 유력인사까지 가세하는 양상이다. 특히나 일부 인사는 “중국 외교에 막대한 지장을 야기했다”며 폭행 피해자인 기자 징계를 요구하는 등 사실과 사건 본질을 외면한 채 분별을 잃은 인식과 주장을 퍼뜨리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17일 장신중 경찰인권센터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피해 언론사에 사과와 기자 징계를 촉구하는 글을 올려 파장을 일으켰다. 2013년 퇴직한 경찰 서장 출신으로 퇴직경찰관 사모임인 경찰인권센터를 만들어 경찰 내 인권침해 문제 등을 지적해 왔던 그는 이 글에서 “대통령도 상대국 경호원칙과 기준을 따르는데 이를 무시하는 기자를 경호원이 물리적으로 제지하는 것은 중국 입장에서 당연한 직무수행일 것”이라며 “(폭행당한 기자는) 결과적으로 (대통령의) 대중국 외교성과를 망가뜨리고 국격을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폭행 피해 기자가 소속된 언론사의 사과와 기자 징계까지 요구하는 등 사실에 입각하지 않은 추정과 황당한 주장으로 물의를 빚고 있다. 그는 전날에도 “(기자들이) 국내에서 안하무인격으로 하던 행태를 중국에서도 그대로 하려다 화를 자초한 측면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비판했다.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조기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중국 경호원의 제지도 무시하는 한국 기자단의 높은 취재열기”를 운운하는 글 내용이 논란을 빚자 “SNS로 소식을 접하다 보니 집단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엉뚱한 변명과 함께 사과했다.
인터넷 상에는 “헐리우드 액션하는 거냐” “비표 흔들며 깽판 치는 게 정당한 활동이냐” “송혜교 엑소 찍는다고 폴리스라인 넘다가 제지 당하니 경호원에 욕하다 맞은 것”이라는 등 허구로 가득한 비방이 난무하고 있다.
‘한국 취재진의 과도한 취재 행위가 폭행을 자초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전혀 동떨어져있다. 당시 우리 경호실은 한중 경제무역 파트너십 행사를 앞두고 중국측 경호팀에게 해당 비표를 착용한 수행기자와 문 대통령과의 거리를 3m까지 허용하도록 권고했다. 그럼에도 중국 경호팀이 이를 무시한 채 비표를 받은 수행기자들을 막아 섰고, 비표를 내보이며 항의하자 무차별 폭행한 것이다. 당시 기자들은 10명 안팎이었고, 대통령과 거리도 100여m가량 떨어져 있어 근접 촬영 시도도 없었다.
현재 두 기자 상태는 심각하다. 본보 고영권 기자는 중국 경호원이 바닥으로 끌어내리면서 받은 충격으로 등과 허리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4ㆍ5ㆍ6번 척추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전문의 소견으로 MRI 촬영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매일경제 기자는 눈 주위 뼈가 함몰돼 안구 시신경 손상이 우려되고, 머리에 충격을 받아 메스꺼움과 울렁증 등을 호소하고 있다.

靑 “中정부 책임자 처벌 촉구”
中공안 “가해자 7명 1차로 확인”
한편 청와대는 17일 이 사건과 관련해 “중국 정부의 신속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중국 공안당국은 당시 현장에서 촬영된 사진과 영상을 제출받아 폭행 가담 경호원을 가려내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중국 공안당국은 당시 경호업체 인력배치 현황자료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공안당국이 주말을 거치면서 1차로 가해자 7명 신원을 확인했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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