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서명 4년 5개월 만에
해외 입양, 정부가 확인 등 개입
복지부 10월 비준동의안 제출
국회 비준까지 시간 걸릴 듯
관련 국내법 제ㆍ개정 필요
민간기관 권한 범위도 논란
아동의 해외 입양을 최소화하고 원가정 보호를 유도하자는 내용을 담은 국제 협약인 헤이그국제아동입양협약(이하 헤이그협약)의 비준 동의안을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우리 정부가 협약에 서명한 지 무려 4년5개월 만이다. 비준이 이뤄지면 연간 300~400건 발생하는 국내 아동의 해외 입양 건수가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1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0월 18일 헤이그협약 비준 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헤이그협약은 해외로 입양되는 아동의 안전과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해외 입양의 절차와 요건을 규정한 국제 조약으로 1995년 5월 발효됐다. 미혼모(부) 지원과 원가정 보호, 국내 입양 등의 사전 노력을 다 한 뒤 해외 입양은 최후의 수단으로만 행해져야 한다는 원칙을 담고 있다. 현재 주요 선진국을 비롯한 98개국이 서명했고 이중 54개국은 국회 비준도 마쳤다. 그간 ‘아동 수출국’의 오명을 썼던 우리나라는 2013년 5월25일 진영 당시 복지부장관이 네덜란드에서 협약에 서명했다. 당시 정부는 “2년 안에 국내 비준 절차를 마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비준 동의안 제출은 차일피일 미뤄져 왔다.
비준이 동의되면 입양 관행에 적잖은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 아동을 입양하려는 외국 국적의 입양 희망자는 지금과 달리 민간 입양기관이 아닌 자국 정부와 우리 정부의 확인 절차를 거쳐야만 법원의 입양 허가를 받을 수 있다. 그간 해외 입양이 홀트아동복지회나 동방사회복지회, 대한사회복지회 등 민간 입양기관을 통해 진행돼 아동 권익이나 원가정 보호 보다는 기관의 종교적 신념과 가치관에 좌우됐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왔다.
한국인과 국제 결혼을 하려는 외국인이 혼인 전에 가진 아이에 대한 입양 절차도 한층 까다로워 진다. 그간 간단한 민법상 일반 입양 절차만 거치면 입양이 가능했는데, 앞으로 이 역시 해외 입양으로 간주돼 당국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 한다. 국내 입양 역시 기존에는 민간 입양기관이 모든 절차를 도맡아 왔지만, 앞으로는 입양 신청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해야만 입양을 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실제 국회 비준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헤이그협약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관련 국내 법을 제ㆍ개정해야 하는데, 이런 법률 제ㆍ개정과 협약 비준이 동시에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복지부 입장이다.
지난해 6월 당시 여당이던 자유한국당의 김승희 의원이 정부 우회 입법 성격이 강한 두 개의 관련 법안(국제입양에 관한 법률 제정안, 입양특례법 개정안)을 내놨지만 국제입양법을 별도로 만드는 것은 해외 입양 최소화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내ㆍ해외 입양 절차를 전부 입양특례법에 담는 입양특례법 개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민간 입양기관의 권한을 얼마나 축소할 지는 논란의 불씨로 남아 있다. 현재 민간 입양기관들은 “복지부 산하 중앙입양원이 아닌 민간에만 업무를 위탁해 달라”는 입장이고, 해외입양인ㆍ미혼모 단체 등은 “민간에 입양 업무를 위탁하면 지금과 바를 바 없다”며 업무 위탁을 반대하고 있다.
김승일 보건복지부 입양정책팀장은 “협약이 비준되면 민간 기관의 역할이 줄어들 수밖에 없지만, 얼마나 줄여야 하는지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