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0월까지 작년의 6배 팔려
내년 ‘필수가전 기준’ 100만대 전망
미세먼지, 강추위 외 기술진보 한몫
배관공사 필요없는 전기식 도입
저온 건조로 옷감 손상 최소화
에너지 효율 높여 전기료도 낮춰
가전시장의 흐름을 주도하는 ‘큰 손’은 여성이다. 열흘 가까이 강추위가 계속되는 최근 여성 커뮤니티나 주부들의 대화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가전제품이 바로 의류 건조기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주류 가전시장에 명함도 내밀지 못했던 건조기가 폭발적인 인기 속에 ‘필수가전’의 자리를 넘보고 있다.
17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된 의류 건조기는 10만대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10월까지의 판매량이 60만대에 이른 것으로 추산된다. 강추위로 외부에서 빨래를 말리기 어려워진 겨울철 판매량 증가를 감안하면 역대 최대 기록이 확실시된다.
2015년 이전까지 연간 수만 대 판매에 그쳐 건조기를 열외로 취급했던 가전업계에서도 “격세지감”이란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놀라운 변화다. 내년에는 필수가전의 기준으로 여겨지는 연간 판매량 100만대 돌파도 가능할 전망이다.
1990년대 국내 의류 건조기 시장에 먼저 뛰어든 LG전자는 올해 매달 3만대 이상의 판매 실적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세먼지의 공습으로 최근 몇 년간 판매량이 급증한 공기청정기 성장세를 능가하는 속도다.
의류 건조기의 판매 증가에는 세탁물 자연 건조가 어려운 아파트 생활의 보편화, 미세먼지와 강추위 등 환경적인 요인 외에도 기술적인 진보가 한몫을 했다. 건조기 사용과 관련해 무성했던 “옷이 줄어든다”, “전기요금이 많이 나온다” 등의 불만이 기술 진보로 사라진 것이다.
최근 의류 건조기 열풍을 이끈 제품은 배관공사가 필요한 가스식이 아닌 전기식이다. 전기식 건조기는 설치 공간에 제한이 없고 냉매 순환 때 온도차를 활용한 저온건조와 제습 과정을 반복하는 ‘히트펌프(Heat-Pump) 기술’이 적용됐다. 고온열풍 건조 방식에 비해 옷감 손상을 최소화한 게 특징이다.
여기에 냉매 압축기(컴프레서) 내부의 모터 속도를 조절하는 인버터가 불필요한 가동을 막아 에너지 효율을 향상시켰다. LG전자가 새로 내놓은 듀얼 인버터 히트펌프 LG 트롬 건조기에는 두 개의 인버터가 적용돼 세탁물 5㎏을 표준코스의 ‘에너지모드’로 건조할 경우 발생하는 전기요금이 117원에 불과하다. 건조기를 매일 돌려도 한 달 전기요금은 4,000원 미만이다.
삼성전자가 지난 10월말 출시한 2018년형 건조기 신모델도 5㎏ 건조 기준 전기료가 130원 수준이다. 이 제품은 ‘에어워시’ 기능이 개선돼 황색포도상구균과 녹농균 등 생활 속 유해세균을 99.99%까지 살균한다. 영국 가전ㆍ정보기술(IT) 제품 평가 매체 트러스티드 리뷰는 최근 삼성 건조기(모델명:DV90M5000IW)를 ‘올해 최고의 대형가전’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해외에서만 건조기를 판매하다 올해 3월 국내에 전기식 건조기를 첫 출시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환경과 기후, 생활방식의 변화와 기술 진보 등이 맞물려 국내 건조기 시장이 새로 열렸다”며 “기존 LG전자에 삼성전자가 가세해 경쟁이 본격화하면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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