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호, 동아시안컵 우승/사진=KFA 제공
[한국스포츠경제 김의기] 마부작침(磨斧作針).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말로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꾸준히 노력하면 이룰 수 있다는 뜻을 담고 있다. 신태용(47) 감독이 숱한 위기에도 넘어지지 않고 꿋꿋하게 성과를 만들어가는 모습과 닮았다.
신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지난 16일 일본 도쿄의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동아시아연맹(EAFF) E-1 챔피언십 일본과 최종 3차전에서 4-1의 대승을 거뒀다. 전반 1분여 만에 페널티킥을 헌납했지만 김신욱(28ㆍ전북)의 멀티 골(2골)과 정우영(28ㆍ충칭), 염기훈(34ㆍ수원)의 프리킥 골까지 더해 적지에서 일본 대표팀을 압도했다. 이날 승리로 한국(2승 1무)은 대회 첫 2연패와 함께 최다 우승국(4회)에 등극했다. 7년 7개월 동안 대표팀을 옭아맸던 ‘한일전 무승’이란 딱지도 벗어 던졌다. 뜨거운 박수를 받으며 트로피를 들어 올린 신 감독이 일본에서 수확한 성과들은 쏠쏠하다. 대회에 앞서 “동아시안컵을 꼭 우승하겠다”고 당찬 출사표를 던졌던 신 감독은 약속을 지켜냈고 이제 ‘월드컵 체제’로 연착륙해 순항할 발판을 마련했다.
신태용호, 동아시안컵 우승/사진=KFA 제공
◇ 新태용에서 信태용으로, 지도력 입증했다.
신 감독은 지난 7월 4일 대표팀 사령탑에 부임한 이후 줄곧 외풍에 시달렸다. 히딩크(71ㆍ네덜란드) 전 감독이 갑작스럽게 등장했던 것이 가장 컸다. 신태용 호가 벼랑 끝에서 살아남으며 8회 연속 월드컵 진출을 이뤄냈음에도 여론은 차가웠다. 설상가상으로 유럽 평가전에서는 러시아와 모로코에 대패를 당했다. 결국 부임 후 치른 A매치 4경기 만에 ‘사퇴설’이 흘러나왔다. 안팎의 압박에도 신 감독은 좌고우면하지 않고 다양한 실험을 하며 신태용식 축구를 천천히 만들어갔다.
지난 11월부터는 경기 내용과 결과로 지도력을 입증하고 있다. 안방에서 펼쳐진 평가전에서 남미 강호 콜롬비아를 2-1로 제압한 것을 시작으로 신태용호는 무패 행진을 달린다. 숙명의 한일전을 대승으로 마감한 것은 여론을 돌리는 결정타다. 자신을 둘러싼 의구심을 잠재운 신태용 감독은 이제부터 월드컵 하나만 바라보고 직진할 수 있는 분위기를 스스로 만들어 냈다. 신문선(59) 명지대 교수는 “신태용 감독이 초반에는 실망과 의구심을 들게 했지만 동아시안컵 무대에서 자신의 진가를 보여줬다. 특히 마지막 일본전은 깜짝 놀랄만한 경기력이었다”고 평가했다.
신태용호, 동아시안컵 우승/사진=KFA 제공
◇신태용호, 일본서 ‘제 1옵션’ 재확인
신 감독이 일본에서 치른 세 경기를 통해 대표팀에 가장 잘 맞는 옷이 무엇인지를 확인했다는 건 큰 소득이다. 그 동안 스리백과 포백을 번갈아 가며 실험했지만 포백을 기반으로 한 포메이션에서 좋은 성과를 거뒀다. 포백이 신태용호의 플랜A가 될 것으로 점쳐지는 배경이다. 신 감독은 일본전에 앞서 문제점으로 지적 받았던 수비 안정화를 위해 스리백을 가동할 것으로 보였지만 과감하게 4-4-2 카드를 꺼내 들었다. 빠른 발이 장점인 김진수(25ㆍ전북)와 고요한(29ㆍ서울)을 양쪽 윙백으로 배치한 뒤 집요하게 일본의 측면을 공략했다. 대량득점의 신호탄이 된 첫 번째 골도 김진수의 크로스를 장신의 중앙 공격수 김신욱이 높이를 적극 활용해 마무리했다. 신 감독은 일본전에 앞서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을 하겠다"며 향후 포백이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도 사용할 제 1옵션임을 알렸다. 한준희(47) KBS 해설위원은 “현재로서 우리 대표팀에는 심플하면서도 많은 활동량이 요구되는 4-4-2가 가장 적합하다. 다만 일본보다 훨씬 수준 높은 팀들을 상대로 잘 써먹기 위해서는 체력과 조직력이 필수”라고 설명했다. 신 감독은 일본전 승리 후 “2016년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최종예선에서 일본에 역전패를 당했다. 그때의 상처가 약이 됐다. 좋은 경기력으로 역전을 했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다. 자신감을 바탕으로 러시아 월드컵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의기 기자 show9027@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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