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살인’ ‘패터슨’ 해외작부터
‘초행’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등
촉망받는 국내 감독 작품 풍성
극장 점령한 블록버스터 영화속
차별화된 매력ㆍ개성으로 눈길
영화 ‘강철비’와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가 14일 개봉하면서 본격적으로 겨울 스크린 대전의 막이 올랐다. 20일 ‘신과 함께-죄와 벌’에 이어서 27일 ‘1987’까지 개봉하면 박스오피스는 블록버스터 영화들로 터져나갈 듯 꽉 들어차게 된다. 하지만 ‘빅4’의 육중한 그림자에 가려지기엔 아까운 작은 영화들도 많다. 차별화된 매력과 개성을 품은 웰메이드 영화들이 눈 밝은 관객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세계적인 영화 거장의 신작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일본을 대표하는 감독으로 한국 관객이 특히 사랑하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세 번째 살인’으로 찾아왔다. 자신이 일하던 공장 사장을 살해한 남자 미스미(야쿠쇼 코지)와 그를 변론하게 된 변호사 시게모리(후쿠야마 마사하루)의 진실 공방을 그린다. ‘걸어도 걸어도’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태풍이 지나가고’ 등 이전 작품에서 가족이라는 소우주를 탐구하며 서늘한 세계관을 드러냈던 고레에다 감독은 ‘세 번째 살인’에서 시야를 사회로 확장해 진실과 사실, 심판과 구원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14일 개봉해 사흘 만에 관객 1만명을 불러모았다.
영화 ‘패터슨’으로 돌아온 ‘인디 영화의 거장’ 짐 자무쉬 감독은 미국 뉴저지주 소도시 패터슨에서 버스운전사로 일하면서 시를 쓰는 남자 패터슨(애덤 드라이버)의 소소한 일상을 들여다보며 삶의 빛나는 순간을 포착한다. 평범한 일상이야말로 진정 아름다운 시라는 메시지가 긴 여운을 남기는 영화다. 자무쉬 감독의 마법 같은 연출력이 스며든 시적인 대사와 영상미도 눈과 귀를 붙든다. 21일 개봉.
촉망 받는 한국 독립영화 감독들의 신작도 놓치면 후회한다. 영화 ‘철원기행’으로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상을 수상한 김대환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영화 ‘초행’과 비범한 신인 임대형 감독의 장편 데뷔작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가 관객을 만나고 있다. 7일 개봉한 ‘초행’은 결혼을 앞둔 7년 된 커플 수현(조현철)과 지영(김새벽)이 양가 가족을 만나는 여정을 따라가며 불확실한 미래를 사는 청춘의 오늘을 보듬는다. 감독이 상황을 제시하고 두 배우가 즉흥 연기로 이야기를 채운 촬영 방식이 독특하다.
‘초행’이 젊은 배우와 감독의 생기가 펄떡거리는 영화라면, 14일 개봉한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는 배우 기주봉의 관록이 빛나는 영화다. 암 선고를 받은 시골 이발사 모금산(기주봉)이 직접 쓴 시나리오로 아들 스데반(오정환), 그의 여자친구 예원(고원희)과 함께 채플린 영화를 닮은 무성 영화를 만드는 과정을 그린다. 생의 감각을 일깨우는 낭만과 위로가 보드라운 흑백 영상에 담겼다.
7일 개봉한 중국 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와 일본 영화 ‘은혼’은 20~30개 남짓한 스크린에서 상영되고 있지만 영화를 본 관객의 입소문을 타고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는 단짝 친구인 칠월(마쓰춘)과 안생(저우동위)의 14년 우정과 이별을 그리며 인생의 양면성과 관계의 한계를 성찰하는 영화다. 이 영화로 중국어권 영화를 대상으로 한 대만의 금마장영화제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공동 수상한 저우동위와 마쓰춘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반면, 동명 만화를 실사화한 ‘은혼’은 기상천외한 발상과 괴상한 유머로 마니아 관객의 지지를 얻고 있다. 신비의 검을 찾아 모험을 떠난 무사 3인방의 익살스러운 패러디와 과장된 액션이 만화를 보는 듯한 쾌감을 선사한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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