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화재 현장에서 산소마스크는 소방관의 마지막 생명줄이다. 마스크를 벗으면 유독가스에 질식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지만 인천서부소방서 한의섭(39) 소방교는 화재 피해자를 위해 주저 없이 자신의 산소마스크를 양보했다.
LG복지재단은 한의섭 소방교에게 ‘LG 의인상’을 수여하기로 했다고 17일 밝혔다.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한 소방교는 지난 13일 오전 인천 가정동 지하 3층ㆍ지상 8층 규모 건물 공사장 화재 진압을 위해 출동했다. 지하에서 연기에 고립된 근로자 4명을 발견한 한 소방교는 입과 코만 막는 보조마스크를 번갈아 착용시키며 탈출을 시도했다.
이때 한 근로자가 호흡 곤란 증세를 보이자 한 소방교는 자신이 쓰고 있던 산소마스크를 벗어 건넸다. 얼굴 전체를 가릴 수 있는 소방관용 장비다. 이 근로자가 안정적인 호흡을 되찾자 한 소방교는 나머지 근로자들을 모두 데리고 탈출에 성공했다. 하지만 정작 지상에 올라온 한 소방교는 두 세 걸음을 옮기지 못하고 쓰러져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했다.
LG 관계자는 “화재 현장에서 자신의 산소마스크까지 내어주며 생명을 구하고도 ‘소방관으로서 당연한 임무를 수행한 것’이라고 말한 한의섭 소방교의 숭고한 사명감을 우리 사회가 함께 기리자는 의미에서 의인상을 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LG복지재단은 “국가와 사회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의인에게 기업이 사회적 책임으로 보답한다”는 구본무 LG 회장의 뜻에 따라 2015년 LG 의인상을 제정해 소정의 상금과 함께 수여하고 있다. 상을 받은 의인은 총 58명이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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