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 캐나다, 핀란드, 스웨덴 상대
유효슈팅 155개 중 143개 막아
유로하키 채널원컵서 맷집 키워
‘백지선호’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아이스하키 세계 최강 팀들을 상대로 맷집을 두둑이 키웠다. 두 자릿수 점수차 패배만 면해도 다행이라는 평가가 있었지만 강호들에게 모두 한 차례씩 깜짝 리드를 하는 등 기대 이상으로 선전했다.
백지선(50)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세계 21위)은 16일(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VTB 아이스 팰리스에서 열린 2017 유로하키투어 채널원컵 스웨덴(3위)과 최종전에서 1-5로 졌다. 세계 1위 캐나다와 1차전에서 2-4로 패한 데 이어, 4위 핀란드와 2차전에서 1-4 패, 스웨덴전까지 3전 전패로 대회를 마쳤다.
비록 승리는 없었지만 대표팀이 경기를 치를수록 강 팀에 대한 적응력을 키워 평창 올림픽 본선에서의 이변 연출 가능성을 높였다. 대표팀은 캐나다전에서 2피리어드 10분까지 2-1로 리드를 잡았고, 핀란드와 스웨덴전에선 선제골을 넣는 등 상대의 진땀을 빼놓았다.
아이스하키에서 팀 전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수문장 맷 달튼(31ㆍ안양 한라)이 세계 경쟁력을 입증한 것이 큰 소득이다. 달튼은 3경기에서 155개의 유효 슈팅 중 143개를 막아내며 세이브 성공률 0.923을 기록하는 철벽을 과시했다. 지난해 4월 특별귀화로 태극마크를 단 캐나다 출신의 달튼은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보스턴 브루인스를 거쳐 세계 2위 리그인 러시아대륙간리그(KHL)에서 3년을 뛴 뒤, 2014년 7월 국내 실업팀 안양 한라에 입단했다. 지난 4월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디비전 1 그룹 A 대회에서 한국이 준우승을 차지하며 사상 첫 톱디비전(1부리그) 진출의 쾌거를 이루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달튼은 골리로서 완벽한 신체 조건을 갖췄다. 키가 187㎝로 이상적이다. 골리가 가장 막기 어려운 퍽은 어깨 위로 넘어가는 슈팅인데, 골문 천장을 향하는 슛을 저지하기 위한 키는 185~189㎝ 정도로 꼽힌다. 순발력과 민첩함, 시속 170㎞에 달하는 슈팅을 저지할 수 있는 동체시력(움직이는 사물을 포착하는 시력)과 그리고 가장 중요한 요소로 평가 받는 냉정함을 갖췄다. 야구에서 선발 투수가 흔들리면 팀도 무너지듯이 골리가 무너지면 팀에 큰 영향을 끼친다. 달튼은 “상대 슈팅에 큰 부담감과 압박을 받지만 그 순간에 집중하려고 한다”며 “골을 많이 먹었다고 해서 인생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빨리 털어내려고 노력한다”고 밝혔다.
세계 강호들에 비해 개인기와 조직력이 절대 열세인 한국은 강력한 압박이 무기다. 상대 진영에서부터 전방위 압박을 펼쳐 역습으로 득점 기회를 노리는 방식이다. 적극적인 압박은 상대 실수를 유발할 수 있다. 역습의 배경에는 달튼이 뒷문을 지키고 있어 가능했다. 이번 대회 득점도 공격적인 포어 체킹(상대 수비 지역에서 상대를 압박하는 행위)에 이은 역습에서 대부분 이뤄졌다.
다만 북미와 북유럽 선수들에게 힘에서 밀린 탓에 퍽을 따내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퍽을 빼앗긴 상태에서 경기를 하다 보니 수비 위주로 경기 양상이 흘러갔다. 아이스하키에서 가장 득점 확률이 높은 파워플레이(상대 페널티로 인한 수적 우위)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것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18차례 파워플레이 기회를 잡았지만 단 한 번도 득점으로 연결하지 못했다. 파워플레이에서 세밀한 전략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백 감독은 “이번 대회를 통해 많은 경험을 쌓았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팀을 상대로 한 번에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을 수는 없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매 경기를 치르며 발전을 거듭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면서 “스웨덴전에서는 선수들의 경험이 쌓이고, 강 팀을 상대로 잘 싸울 수 있다는 자신감이 높아지며 이전 경기보다 훨씬 나아진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대표팀은 19일 귀국해 해산하며, 내년 1월초 평창 올림픽 본선을 겨냥해 소집돼 마지막 담금질에 들어갈 계획이다. 2월 초엔 안양실내빙상장에서 세계 2위 러시아와 마지막 평가전을 치른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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